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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걸었다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16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27일
서평작성자
장*희

서평내용

 생각이 많을 때면 무작정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머릿속에 있는 복잡하고도 많은 생각들을 걸으며 스치는 바람에 흘려보내고 싶은 걸까. 정말 가끔 마냥 걷다 보면 바람과 함께 고민들이 날아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어떤 생각으로 저녁에 마냥 걸었을까. 저녁이란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깊은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책을 읽었을 때 주인공에게 저녁이란 시간은 일반적인 시간의 배경은 아니다. 저녁이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자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저녁 시간대는 주인공의 과거와 미래를 공존하는 시간대로 주인공에게 중요한 감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간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이런 시간대에 걷는 행위는 그저 움직임이 아니라 지나간 일들과 작별하고 다가올 미래를 맞이하는 의미 깊은 과정이다. 마냥 걷는다는 것. 목적 없이 반복되는 걸음은 주인공이 자신의 삶에서 잃어버린 것들과 마주하고 그것들을 되찾거나 정리하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해석된다.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라 주인공 자신의 미래와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여정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특히 서지희라는 인물은 주인공이 가지는 상실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보인다. 서지희라는 인물과 주인공 관계 사이에 있었던 사건들이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주인공이 가지는 그리움과 상실의 대상은 서지희와 연결된다. 그녀는 주인공을 저녁마다 나오게 하는 이유이고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상실과 그리움의 한 조각이다. 주인공은 그녀를 통해 과거를 이끌어와 현재와 연결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행위를 반복하고 시도한다. 이는 그녀가 단순한 과거의 인물인 것은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녀와의 관계는 주인공에게 감정적인 전환점을 제공해 주며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서지희가 말하는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렇게 걸어가는 발걸음에 따라 서로 겹쳐졌다 멀어지는 무덤들을 바라보며 어스름 속을 걷는데, 시원한 저녁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하하하 호호호 거로 농담하고 웃는 관광객들 중에 제가 우는 걸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좋았다는 거예요, 제 말은. 아무도 제가 우는 줄을 몰라서.” 이 장면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면 위로감을 얻었을 것이다. 곧이어 서지희는 같이 걷자며 말을 건네는데 과거의 상실과 나아가는 현재를 대비 시켜 표현하는 것이 상실에 머물러있지는 않구나.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말이다. 에피소드 속 이어지는 상실과 그리움의 감정에서부터 위로를 얻고 본격적으로 나아가자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라는 작품은 상실과 그리움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인물의 여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이 주제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상처가 인간의 내면 속에 어떻게 파고 들어가는지, 그리고 이것들을 받아들이고 회복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고통스러운지를 알려준다. 결국 주인공이 마냥 걷는 행위는 물리적인 이동을 뜻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책을 읽는 독자는 자신이 가진 상처를 치유하기도 할 것이고 상처를 마주하고 아픔에 공감을 하게 되며 우리 삶에 비슷한 점을 찾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삶 속에서 무수한 상처와 상실감을 경험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수없이 경험하게 된다. 이런 삶 속 김연수 작가의 <저녁이면 마냥 걸었다>는 삶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남기는 에피소드이다. 우리 삶 속에 대한 수많은 시간과 흐름을 어떻게 걸어 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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