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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쨈은 발라줘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14일
독서종료일
2024년 10월 11일
서평작성자
이*희

서평내용

김연수의 책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코로나 시기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낭독회에서 읽어주기 위해 쓴 소설이라고 한다. 코로나 시기 독자와 같이 호흡하면서 집필한 소설들이기 때문인진 몰라도 이 소설은 단절과 그 이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죽음과 이별 이후 있는 그대로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었다.

사람에게 시간이란 기억으로 수렴하는 것, 지난날을 붙잡고 있어봤자 기억만 되짚으며 매몰되어간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반복되며 진행되는 것이 삶이다. 그 속에서 지나간 겨울 나뭇가지에 집착하면, 피어난 봄의 새순은 놓친다. 과거의 이별을 통한 고통과 슬픔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용기를 준다. 작가는 문학 또한 마찬가지라고 표현하였다. 작가와 독자가 서로를 바라보고 인식하며 위로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낭독회를 연 이유도 그러한 이유도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작가의 메시지를 보면 이 책의 장점이 보인다. 누구에게나 상실은 일어난다. 살아온 세월이 20년이 넘어가는 청년들에게도 누군가를 상실하는 경험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닐 것이다. 상실을 겪지 못했더라도 코로나 시절 단절의 시기로 인해 공감할 법한 글이었다. 20편의 단편들이 모두 비슷한 메시지와 분위기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상실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책일 것이다.

하지만 단점 또한 존재한다. 화자를 각자 다르게 표현했을지는 몰라도, 비슷한 분위기와 메시지, 천편일률적인 진행 방식을 가진 20편이나 되는 이야기들은 독자를 지루하게 만든다. 작가는 상실의 고통을 치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 의식이 이야기를 비슷한 감성을 지니게 만들고, 이야기의 구조를 단조롭게 만들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실과 이별의 고통은 잊히기 마련이고, 코로나란 특수한 상황 또한 끝났다. 화자들을 상실의 주체로서 공감하지 못한다면, 글 속에서 화자가 이별에 슬퍼하다 사건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극복하는 이야기의 반복일 뿐이다. 여가 시간에 재미를 찾기 위해 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지루하거나, 잘 묻어두었던 과거의 상실을 괜히 끄집어내어 우울하게 만드는 소설로 다가올 위험이 있다.

책의 재미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시대와 문화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 낭독회에서 들었다면 보편적인 독자들은 작가의 메시지에 감동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출판 이후, 단절과 이별이 멀어진 상태의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힘을 잃는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힘을 잃는다면 남은 건 단조롭고, 비슷한 구성의 20편의 이야기뿐이다.

소설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메시지나 깨달음만을 원했다면 비문학이나 종교 서적같은 선택지도 있다. 작가의 메시지 대상이 아니더라도 좀 더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소설이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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