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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재조명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14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22일
서평작성자
이*지

서평내용

1. 일상의 재조명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그저 그렇게 흘러갈 수 있는 일상과 순간을 조명함으로써 멈칫하게 한다. 조명하기 전에는 무감각했던 순간들이 빛을 비추면 감각 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이처럼 일상을 조명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온전하게 우리의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이 책을 삶이 무기력하고 무감각해진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2. 오롯한 자신으로 산다는 것

 이 책은 20편의 단편소설집이다. 20편마다 등장인물, 이야기, 주제가 다르지만 20편 모두를 관통하는 주제는 ‘삶을 오롯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서 본연의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회적 잣대가 삶을 지배하는 것이 만연한 요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삶의 근본을 외적 요소가 아닌 내적 요소에 둔다. 그래서 오롯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임을 일깨워준다.

3. 서로에게 다정한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읽다 보면 타자에게 무심하고 차가웠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경쟁주의, 능력주의 사회를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예컨대 타인에게 무관심해지고 심지어 타인을 배척하는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나와 다를지언정 나만큼 소중한 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는 타인에게 관심을 쏟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서로에게 인색해지게 한다. 그리고 무관심을 넘어 갈등을 초래한다. 이 소설은 나만큼 소중한 타인들의 존재를 느끼게 해준다. 오늘날 서로에게 관심과 다정함이 오가는 ‘구석구석’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4. 인상 깊은 구절 3가지

–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더라도 그 좋은 기분만은 잃지 말자고 우리 오늘 약속하자.” 첫여름

 삶이란 예측 불가능한 일의 연속이다. 그 덕분에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하다. 예기치 못한 행복은 선물과도 같아 기분이 좋지만 예기치 못한 불행은 저주와도 같아서 암울하다. 하지만 암울한 와중에도 우리는 오늘,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첫여름』은 난관을 극복하려는 우리에게 격려와 위로가 되는 소설이다. 이 순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어두컴컴한 터널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이 소설은 벗이자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이 폐허는 끝이 아니야. 이건 이 집의 가장 어린 영혼, 새로운 시작이야 (중략)” 풍화에 대하여

 ‘시작’이 ‘끝’보다 찬란해 보이는 이유는 새것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과연 ‘끝’은 볼품없는 것일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관점을 전환 시키면 달리 느낄 수 있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즉,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가치들이 본격적으로 발현되는 시기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풍화되는 것, 나이 드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자. 왜냐하면 이는 곧 새로운 시작이니까. 『풍화에 대하여』는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며 지금의 나를 갉아먹고 있는 이들에게 현재의 나를 아껴주는 방법을 알려준다.

– “삶은 인간의 바람보다 더 긴 것이에요.” 토키도키 유키

 ‘토키도키 유키’란 ‘때때로 눈’이라는 뜻으로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기는 온다’라는 뜻이다. 살다보면 지금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이 진리를 앎에도 아쉽다. 하지만 이따금 내리는 눈과 마찬가지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행복이 오기는 온다는 것은 안다. 그렇기에 다시금 살아갈 힘이 난다. 독자들도 행복한 순간 혹은 힘든 순간이 오면 ‘토키도키 유키’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긴 삶을 보다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5. 진정한 소통을 할 줄 아는 작가

 저자 김연수가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출간하게 된 계기는 낭독회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이다. 제주도의 작은 서점에서 진행된 낭독회는 그에게 작가로서의 ‘터닝포인트’이었다. 그가 말하길 낭독회를 하기 전에는 자신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자신이 독자와 대면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지켜보고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임인택 기자, 한겨레, 2023.07.07).『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작가와 독자가 대면하여 진정한 소통이 오가는 낭독회에서 낭독한 소설들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이 소설이 허기진 누군가에게 제공되는 정신적인 빵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김용출 기자, 세계일보, 2022.11.22.).

6. 따뜻하고도 강력한 일상적인 이야기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저자의 바람처럼 약해지고 공허한 내가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위로받게끔 해준다. 삶을 오롯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이야기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 책은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는 일상과 순간을 조명함으로써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소중한 나, 나의 소중한 이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애정을 갖게 만든다. 이것이 일상적인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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