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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다정한 하루 되세요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17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26일
서평작성자
박*이

서평내용

 여름이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덥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김연수 저, 레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작정 첫 장을 넘기며 본 첫 이야기는 무더운 여름이 아니라 청명한 하늘과 그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정함이 있었다. 무작위로 펼친 모든 페이지가 그랬다. “타인에게 이유 없이 다정할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플롯이 바뀝니다.” 뒤표지의 이 문장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했다.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고 분노한다. 큰 분노부터 작은 분노까지. 아무런 이유 없이 분노가 자연 발화하기도 하며 타인이 만들어 낸 불씨가 분노를 피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분노는 정말 쉽게 진화된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분노의 한계이다. 상대의 말도 안 되는 농담으로, 혹은 갑자기 생각한 웃긴 이야기로 분노는 진화된다. 그리고 그 분노를 떠올리며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니었다며 반성한다. 그런 하루가 좋다. 모든 다정함이 사랑스럽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읽으며 내 안의 평화가 찾아왔다. 실제로 10분 전까지만 해도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가라앉으며 상대에게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를 허락하고 있었다. 이유가 있었겠지, 아팠겠지.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이유로 분노했기에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이유로 다정해질 수 있었다. 저자의 문체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분노하는 사람에게 여유를 주며 되레 평온한 마음을 가지게 해 준다.

 상대를 미워하는 것은 상대의 업을 청산해 주는 행위라는 말이 있다. 즉, 용서가 최선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면 분노하고 미워해도 좋다. 그게 얼마나 이어지든 그 감정은 정당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나를 위해서도 일상의 다정함을 분노로 잊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저자는 언제나 일상의 다정함을 말하고 있다.

 짧은 단편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언급하고 싶지만, 저자의 다정함을 온전히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도록 하겠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여름처럼, 다시 돌아오는 여름처럼, 다정은 끝없을 것이고, 끊임없이 돌아올 것이다. 온 세상 사람들이 서로에게 다정하기를 바라며, 이만 인사합니다. “오늘도 다정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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