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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품은 여름의 조각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20일
독서종료일
2024년 10월 22일
서평작성자
전*현

서평내용

  1. 같은 시간, 다른 공간

 표지처럼 출렁이는 페이지를 넘길 때면 손끝으로 시원한 여름이, 때론 뜨거운 여름이, 폭풍우 같은 축축한 여름이 느껴진다. 1993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한 이후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연수 작가의 단편 소설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다. 각기 다른 공간 속에 있지만 같은 시간 속에 살았던 그들의 여름은 어땠을까? 저마다의 너무나 많은 여름 중 두 가지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사람과 사람, 그 사이 사랑의 공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는 일상 속 많은 것들이 연결 고리가 된다. 그것이 비록 무생물이거나 말하지 못하는 식물이라 할지라도. 소설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가 없어서>는 강아지 궁금이와의 산책으로 하나의 연결 고리를 발견하게 되고,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주민들과 나무에 이름을 붙이며 저마다의 기억을 심어둔다.

 모두 같은 형태를 한 아파트지만 당장 마주 보고 있는 앞집만 해도 정반대의 사연을 가진 채 살아간다. 그런 주민들이 재개발, 건폐율과 같은 단어 앞에선 어떠한 사연조차 광활한 우주 속 먼지로 보이는 상황을 마주했지만 나무라도 살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참된 마음이 통해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한 가지 이유로 모였다. 소설은 그런 면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물론 독자마저 나무 앞에 서게 하였다. “어쩌면 궁금이와 함께 웃는 나무도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고 싶었던 것.(28p)”은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세상, 여럿이 한마음 한뜻으로 원래의 일상을 바라며 “우리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 바로 그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작가의 말)” 인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며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바랐던 모습을 찬란히 보여준다.

  1. 나의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는 법

 고난이 닥치면 세상을 탓하며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져봤을 것이다. 이 물음은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에서 한 번 더 그 의미를 상기시켜준다. 주인공 신기철은 아내와 사별한 후 고통을 겪는 과정이 그려진다.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진 그는 내면은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웃어야만 했다. 이후 그는 제주도로 향하여 깊은 암흑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하게 된다.

 “자신이 모르는 가능성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p.114)” 라는 메시지를 통해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그간 누군가를 흉내 내며 가면을 쓰고 살았을 모든 청춘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의 깊은 울림. 우리는 젖지 않는 방법을 안다.

  1. 한 공간에서

 우리의 궁극적인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꿈꾸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의감,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상상과 현실의 괴리는 언제나 일상 속에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양 대뜸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이 소설은 우리의 머릿속 존재하는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 “산문보다 짧은 소설을 쓰며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고픈 (작가의 말)“ 저자 역시 같은 시간 속 다른 여름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전한다. 여름을 돌이켜보면, 마치 수채화 물감에 물을 많이 묻힌 붓으로 한 획을 그은 듯한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은 더욱 옅어지고 번지다가, 때론 열정으로 가득 차기도 한다. 사람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의지해 살아간다.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 세상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는 작은 희망의 손길이 필요하다. 수많은 여름이 가져오는 먹구름 속에서도 흰 구름이 지나가며 다시 파란 하늘을 되찾을 수 있는 용기를 찾길 바란다. 각기 다른 모양을 지닌 여름의 조각들이 우리를 찌르더라도, 결국 그 경험은 우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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