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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리고 퍼즐 맞추기
저자/역자
박준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17-06-30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16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27일
서평작성자
김*진

서평내용

시인 박준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2012년 12월에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이 시집이 출판되었다.

이 시집을 접했을 때, 독자들은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대체로 이해하기가 어려우며,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구절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학적’이라고 느껴지는 표현들이 꽤나 등장하며, 독자에게 오랫동안 잊힌 감각, 아니 어쩌면 새롭다고도 할 수 있을 시적인 공상을 선사한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는 길을 돌다 갑자기 그 수레를 만나면 누구라도 ‘탑’하고 걸음을 멈출 수 있었네

그 ‘탑’을 조심스럽게 피해 돌다보면 사면으로 쌓인 골판과 골판 ‘사이’에 오늘의 결정(結晶) 같은 주스 병이 맺혀 있었는데 수레를 쫓으며 속기한 내 노트에는 ‘사이’가 ‘사리’라고 오기되기도 했네…

-날지 못하는 새는 있어도 울지 못하는 새는 없다 中-

 

걸음을 멈추는 의성어인 ‘탑’이, 수레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탑’과 연결된다. 또한 폐지를 탑처럼 쌓아 올린 수레, 그리고 수레 속의 물건들을, 불교 사찰에서 발견되는 ‘사리’라는 심상과 연관 지으며, 독자에게 감각적인 자극을 제공한다.

한편, 시인의 출생연도를 (1983년생) 고려했을 때, 시를 읽다 보면, 50년도 되지 않은 과거의 시점이 작중 배경임에도, 현재 (2024년)의 우리의 모습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온점을 사용해서 문장을 짧게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문장을 이어가는, 시인 박준의 특징적이며 수수께끼 같은 표현 방식과 더불어, 작품 속에서 표현된 시대상과 독자가 알고 있는 시대상 (1990년대~2000년대) 사이의 간극이 어우러져 혼란을 자아내기도 한다.

분명, 한번 읽는 것만으로는, 시인이 말하는 바를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시 속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소재인 ‘미인’, ‘별’, ‘죽음’ 등에 집중하며 읽어본다면,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시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맡에 올려두고, 생각날 때마다 시집을 꺼내 읽어보며, 새로운 의미를 찾고 음미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시집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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