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기

>>
서평쓰기
>
눈물을 안수라 읽습니다.
저자/역자
박준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17-06-30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30일
독서종료일
2024년 10월 08일
서평작성자
정*원

서평내용

 글 한 수 쓰고 싶어 참여한 프로그램에서 책을 세 권이나 받았다. 때론 한 문장이 마음을 녹일 때도 있다. 나에게 그것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였다. 어디론가 떠나버린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만 같은 표지의 인쇄물은 미련 아련하고 쓰라리며 가냘픈 날카로움이 되어 보는 눈에, 읽는 머리에, 받아들이는 가슴에 찾아왔다. 본래 ‘시’라는 것은 멋들어진 문장을 만들기 위해 단어를 틀리게 쓰고 어순을 달리하며 문장을 난해히하기 마련이라 즐겨 읽지 않았다. 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문구에 이끌려 자연히 책장을 넘기고야 말았다.

 박준은 주로 작품 속 ‘당신’, ‘미인’ 등 부가설명이 없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녀에 대한 깊은 미련함과 애틋함을 표현한다. 그리고 시집 끝자락 즘 여성의 사진과 생물 연도를 표기하여 사진 속 여인이 ‘당신’ 이나 ‘미인’임을 추측게 한다. 순간 정체를 알게 되어 가슴은 저릿해지고 지독하게 멀리 떠나 다시는 ‘당신’ 그리고 ‘미인’을 만날 수 없게 된 작가를 불쌍히 여기게 된다. 또 처음으로 돌아가 여성을 ‘작가의 연인‘ 또는 ’누이‘로 설정하여 다시 읽게 한다.

 이렇게 작가는 작품으로의 재방문을 이끌고 내재되어있는 ‘죽음의 이미지’와 ‘암울한 분위기’의 까닭을 사유시킨다. 그리고 배경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시인의 추억과 이야기에만 국한되어있던 작품을 개인의 경험으로 확장시켜 상념에 빠지게한다. 흐릿할만치 오래되어버린 사람이나 기억, 또는 무게감을 완전히 상실하여 유난스럽기만 한 ‘첫 사랑’ 따위에 젖어들게도 한다. 빌어먹게 유별난 사랑으로 ‘구질’한 독자를 ‘제조’하는 작가가 어쩐지 밉기도 하다.

 한편 ‘이외의 시’와 ‘부록’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좋은 글이란 쉽게 읽힐 수 있는 글이다. 하지만 ‘당신을 향한 아름다운 노래’를 제외한 작품에서는 모호한 단어의 선택과 난해한 문장의 수록, 심오한 척 어려운 서술이 주를 이루며 의도한 ‘창조적인 특별함’은 주지 못하고 독자들을 괴롭힌다. 부록은 더욱 정도가 심하며, 해설의 본분을 망각하고 본인의 ‘높은 지성’만을 뽐내기 위해 ‘서정해설’을 핑계삼아 난해한 고대 그리스 또는 리라 이야기를 삽입하는 등 ‘피로채찍’을 마구 휘두른다. 이처럼 부록의 필자는 ‘마조히즘’적 성향을 소유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권태와 나태를 불러 완독을 방해하는 것만 같다..

 박준은 애절한 이별의 통증을 깊은 표현으로 저술하여 관능적 경탄을 이끌어낸다. ‘미인을 향한 사랑안부’는 절절하면서도 명쾌하여 읽는 이를 단숨에 매료시키고 유혹한다. 독자는 술술 읽히는 글자들을 기쁘게 가학하고 제맛에 조련하며 ‘독서의 사디즘 성향’에 눈을 뜨게 되어 곧, 강렬한 독(讀)의 쾌감을 내뿜는다. 하지만 이어서 접하게 되는 ‘이외의 시’나 불친절하고 불명료한 ‘부록’은 쾌락의 절정을 방해하고 피로시키며 권태를 불러일으킨다. 특히나 부록의 필자가 기록한 ‘지적 허영 추구문’은 눈물을 안수라 가르치듯 문학의 오락성을 크게 저해하여 느른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본 작품의 주된 ‘배설물‘인 사랑과 이별 가사는 몹시도 아름다워서 사랑에 표류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며 다만, ‘독서의 오르가슴’을 방해하는 부록과 이외의 시는 발췌 후 삭제하길 권고한다.

전체 메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