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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난해한, 다정함 속의 위로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24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25일
서평작성자
이*매

서평내용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책 표지에 적혀 있다. 왜 ‘다정함’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는지 궁금했다. 작가님이 이유 없는 다정함으로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낭독회에서 하루 일과에 지친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너무나 많은 여름이』 단편집이다. 각 챕터마다 낭독하면서 어울릴 만한 음악까지 책의 뒤편에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도 작가님의 세심함과 따뜻함이 묻어난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 는 2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며, 책 제목은 그중 하나의 단편에서 가져왔다. 짧게는 5분 이내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분량은 자유롭다.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대체로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이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표적인 예가 제목과 같은 단편 ‘너무나 많은 여름이’다. 이 이야기는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철학자 소로와 아우구스티누스의 말까지 삽입해 “괜찮으니, 불안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건넨다.

 

이야기 말미에 ‘언제부터 그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언제까지 그 눈이 내릴지는 나도 독일가문비나무도 알지 못하니까. 왜 그런 눈이 내리는지도. 다만 우리가 아는 것은 지금 이 시기는 여름철에는 맞기 힘든 눈을 맞아야 할 때라는 사실뿐. 그러고 나면 여름은 저절로 찾아올 테니까. 소로가 먼저 있어. 오래전, 호숫가의 소로에게 그랬듯이.’라는 문구가 있다. 문장 표현은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위로의 메시지를 준다. 결국 힘든 시기는 지나고 괜찮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작가님은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동시에 시적이면서 감각적인 문체는 함축적이어서 어떤 이는 문장 속 의미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워 소설이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야기 전개 방식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는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 위주로 과거와 현실이 뒤섞이면서 비선형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집필 의도대로 사람들과 함께 낭독하면서 장면 장면을 곱씹으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면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작가님의 문학적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읽을 필요가 있다.

 

비록 모든 내용을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이 훌륭한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김연수 작가님은 일상 속의 고통과 슬픔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글에는 따뜻함과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이 묻어난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거나,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위로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다만 감각적인 표현과 비유가 많아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어나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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