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기

>>
서평쓰기
>
나는 어떤 사랑을 했는가
저자/역자
김연수
출판사명
레제
출판년도
2023-06-26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25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26일
서평작성자
이*율

서평내용

나는 원래 단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나에게 소설이란 무릇 주인공들과 함께 떠나는 긴 여정이며 하나의 작은 인생을 담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장편소설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단편소설 모음집인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내게 도전이었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쓴 짧은 일기를 한 데 모아둔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여름의 한 장면을 엮은 것만 같은 독특한 구성은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나를 책 속으로 빨아들였다. 이 책은 특히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이성이나 가족 간의 사랑 혹은 관계성 그 자체, 아주 사소하고 누구나 경험 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써 내려간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누구나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는 책 속에서 나를 포기하더라도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끝끝내 사랑을 떠나보내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로 표현해 낸다.

 

  그렇지 않아. 나는 너를 사랑했어. 그런데 너는 나를 너무 오래 방치했어. 나는 사랑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행동이었어.” 화영 역시 자신이 아는 진실을 말했다. (중략) “나를 사랑하긴 한 거야?” 화영이 물었다. 기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헤어질 수가 있어? 난 그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화영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인생은 그런 것이다. 납득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으니까.

<위험한 재회> 中

 

 앞서 인용한 부분은 최근 나의 경험과 너무나 똑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물론 모든 내용이 실제로 있을 법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랑을 나열해 둔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어떤 사랑을 했는가?’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사랑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을 할 기회는 적고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단순히 이성간의 사랑, 결국 성애로 집결되는 일개의 감정으로 치부해 버리고는 한다. 사랑이 가지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면모를 살펴 볼 여유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책 초반에는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건지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이 작은 내용 하나 하나들이 결국 사랑으로 집결된다는 것을, 작가는 우리에게 사랑을 단순한 감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파악해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너무나 많은 여름이»는 끊어서 읽더라도 스토리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다는 단편 소설의 장점이 확실히 드러나며, 책을 오랫동안 읽지 않은 사람이 읽더라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또한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맨 끝장에 전반적인 스토리와 어울리는 노래들을 제시한 플레이리스트가 실려있다는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 작가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봄으로써 책 한 권을 완전히 끝맺는 경험을 해 볼 것을 추천한다.

전체 메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