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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이겨내는 법
저자/역자
박준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17-06-30
독서시작일
2024년 09월 22일
독서종료일
2024년 09월 23일
서평작성자
최*소

서평내용

모든 사람은 슬픔을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괴롭고, 스스로 반추하며 상처를 키우기도 한다. 슬픔은 사람을 약하게 한다. 아무리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보다 빨리 괜찮아지고 싶기도 하다. 과연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이 있을까? 그러한 오랜 고민에 대답을 해준 책이 여기 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 저, 문학동네, 2012)는 총 4부로 이루어진 시집이다. 2008년에 《실천문학》으로 등단하여, 2017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시인의 이번 책은 슬픔을 경험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다양하게 슬프다. 예민하고 다정한 성정 탓인지, 작고 소외된 것들까지 모두 끌어안아 아프다. 그러므로 화려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는다. 대신 누구라도 느낄 보편적인 정서를 조명한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 허전하고, 지나가 버린 과거가 그립고, 세상의 그림자가 되어 사라진 사람들을 연민하기까지.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이 나이에 비해 참 많은 슬픔을 느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말은 더 많은 슬픔을 이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시는 글로 쓰인 파랑이다. 보기에는 정제된 글자일 뿐이지만, 흡사한 경험을 한 누군가에게 닿으면 파도처럼 생동감 있게 움직여 위로를 준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을 얻게 된다.

물론 시인과 당신은 똑같지 않기에, 서로의 슬픔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1인분의 슬픔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다. 그러나, 서로의 슬픔을 일치시킬 수는 없어도, 공유할 수는 있다. 더는 어린 시절의 자랑은 자랑이 아니게 되고,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꽉 깨물어야 하는 모진 세상이지만, 나는 당신의 슬픔이 자랑스럽다고.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시인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자기 뜻을 전한다.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과 연대를. 허세가 아니라 위로와 다정을.

‘슬픔을 이겨내는 법’이라는 서평 제목과는 달리, 이 시집이 슬픔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순간들을 내보인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슬프면 슬퍼야 한다. 슬픔이 지나갈 때까지, 혹은 지나가지 못하고 고이더라도. 슬픔은 슬픔이다.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공유할 수도 있고, 위로할 수도 있다. 내가 이해받고, 내 슬픔을 공유한다는 감각만으로도 사람은 치유된다. 내가 이것을 도저히 혼자 끌어안을 수 없을 때, 어디론가 토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고야 말 때. 당신보다 먼저 유사한 슬픔을 토해 낸 시인의 글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인 슬픔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시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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