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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와 담의 이야기 속 수많은 생각들
도서명
저자/역자
최진영
출판사명
은행나무
출판년도
2015-03-30
독서시작일
2023년 07월 19일
독서종료일
2023년 07월 19일
서평작성자
조*민

서평내용

0.

유튜브를 보다가 \’구의 증명\’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봤다. 노래는 암울하였는데, 구의 증명을 꼭 읽어보라는 댓글이 많아서 호기심이 일었다. 이전까지는 이 책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책을 집어 올렸을 때, \’이 얇은 책이 그토록 많은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목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증명? 무엇을 증명한다는 건가. 그렇게 의문점을 안고 책을 읽어나갔다.

1. 다 읽고 난 직후 나는

다 읽고 난 뒤의 생각은 이러했다.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처음에는 좋아하지만 주변 때문에 싫어하는 척하는 것이 첫사랑 이야기 같았고, 중간에는 방황과 믿음, 나중에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사랑 그 이상의 이야기. 나는 경험해 보지도 않은, 경험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사랑 그 이상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왜 구의 증명인가.\’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구의 무엇을 증명한다는 것인가? 아니, 반대로 구가 어떠한 것을 증명한다는 걸까? 그의 육체, 즉 시신이 그가 죽었음을 증명하고, 그의 육체를 담이 먹음으로써 그가 죽어도 그녀와 함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낸 것 아닐까. 아무리 어릴 때부터 붙어 다니고 시간과 경험을 공유했어도, 어떻게 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특히 담의 믿음이 놀랍다.

2. 구와 담

담이는 어떻게 그렇게 담대할 수 있을까. 구의 그 처절하고 우울하기만 한 사정을 알면서도 어떻게 함께 하자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에 너 때문에 내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면 너는 술병을 치우는 대신 술잔에 술을 따라줘야 해. 우린 그렇게라도 같이 있어야 해.’라고 담이 이야기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누군가 슬픔을 나누면 슬픔이 더 늘어난다고 말하는데, 담이는 그 불행마저도 함께한다고 말한다. ‘이건 사랑이 아니야.’라는 구의 말에도 ‘뭐든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담이. 그것은 지금 구와 있어도 불행하지만, 구가 없어도 불행할 것 같다는 것 아닐까. 결국, 구가 없는 것이 더한 불행이기에 그런 것일까.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구가 말하지만 사실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고 무엇이라고 정의를 확실히 내릴 수 없다. 그들은 사랑인가? 그리고 사랑은 아름답기만 할 순 없다. 사랑이 일방적인 경우나 너무 사랑하여 이별의 경우 아픈 것을 보면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 하지만 때로는 비극이어서 더 슬프고 아름답기도 하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그 이후를 더는 생각하지 않지만 새드엔딩은 그들의 관계가 끝이 났지만 작가는 그 이후를 보여주고 우리도 그 이후를 계속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인상 깊은 걸까? 

3. 인간, 돈

\’구가 빚만 없었어도 둘은 행복했을까?\’ 아마 지금과 같은 결말을 맞진 않았을 것이다. 이보다는 행복했을 것 같다. 하지만 부모님의 빚을 지게 된 불행한 인간으로 구가 이야기에 나왔기에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p.144)‘몸뚱이… 몸은 인격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는 고기, 사람이라는 물건, 사람이라는 도구.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영혼 값은 달랐다. 돈 없는 자의 영혼을 깎는 것을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없으므로 깎이고 깎인 그것을 채우기 위해 돈에 매달리고, 매달리다 보면 더욱 깎이고… 뭔가 이상하지만, 그랬다.’  돈이 인격을 만든다고 들린다. 그래, 어쩌면 구는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인간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몸뚱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죽음이니까. 사실 죽어서도 못 벗어났을지도. 구를, 정확히는 그의 돈을 쫓는 사람들은 구가 죽어도 그의 장기라도 팔자는 생각 또는 그의 친척이나 담을 찾아가서 돈을 갚으라고 강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구는 죽어서도 인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담은 구를 먹지 않았을까.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고 오로지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를 화장시킬 수 있었을까? 담, 자신을 보고 웃어주던 얼굴과 자신을 안아주던 팔, 다리를 그 커다란 불길 속에 넣을 수 있을까. 인간으로 태어났음에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 열심이다.

책에서 사람이라는 고기, 물건, 도구라는 말이 참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돈으로 행복까지 살 수 없다고 하지만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 무조건  나쁜 것은 없다. 돈 또한 많을수록 주위의 유혹에 접하기 쉬워지기에 위험한 것이지, 돈 그 자체가 나쁘다 또는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먹고 자고 편히 쉴 공간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최소한의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구는 부모의 엄청난 빚으로 인해 불행했다. 담이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있다. ‘부모가 물려준 세계였다. 물려받은 세계에서 구는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야 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러게.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철학자가 우리는 세상에 내던져졌다고 말한다. 내가 \’태어났다\’가 아니라 \’태어남을 당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일지 모른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인생의 첫 시작부터가 내 선택이 아닌데,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 갚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빚을 물려준 구의 부모가. 그것은 부모가 물려준 세계. 글쎄. 구를 키우면서도 많은 돈이 들었겠지. 하지만 그것은 구의 선택이 아니다. 구는 태어남 당했으니까. 구는 원망하지도 않지만 이해하지도 않는 선. 그 정도의 선을 두고 부모와 살았었다. 누군가는 가족끼리 이해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고 한들 모든 걸 이해 해주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구의 힘듦을 부모는 이해해 주고 있나? 부모님이 게으르게 살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도 돈이 벌리긴커녕 빚만 쌓여가는 것.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가난은 왜 계속 대물림되는가. 어렵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최소한의 돈이 필요한데, 가난과 빚은 대물림되고 그 속에서 살아가기란.

4.

우울하고 애절한 그 사랑 이야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먹는 충격적인 이야기. 그것만으로도 누군가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누군가는 그 충격에 계속 휩싸여 있고, 누군가는 나처럼 중간중간 구절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그토록 많은 이에게 인상 깊게 남았나 보다. 이제는 이 얇은 책이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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