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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도서명
저자/역자
김혜나
출판사명
은행나무
출판년도
2018-10-10
독서시작일
2021년 06월 17일
독서종료일
2021년 06월 17일
서평작성자
유*진

서평내용

겉보기엔 푸르스름 탐스럽기 그지없지만 실제로 먹으면 떫어서 뱉어버리는 청귤.

머릿속에 떠올리면 자연스레 침이 고이는 청귤.

그럴듯해 보이는 우리 삶도 결국 \’청귤처럼 별 볼 일 없지는 않을까\’라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스토리인 까닭인지 김혜나 작가의 책은 대부분

아픈 상처에 소독약을 들이붓기라도 하는 듯 더욱 아프게 고통을 파헤친다.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에피소드 역시 누가 누가 우울한가 내기라도 하는 듯

제각각 공허함의 극치를 달리는 내용이다.

어찌 된 게 하나같이 사연 없는 사람이 없을까, 더 읽다가는 내 마음이 더 곪아버릴 것 같아 덮고싶다가도

어쩐지 책에서 손이 쉽게 떼어지질 않는다.

<3장 청귤>

미영과 지영, 서로가 서로를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대상이다.

미영은 확고한 꿈을 찾아 나아가는 지영의 반짝임이 마치 청귤과도 같지만

자신은 먹어버리면 그만인 물러 터진 감귤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영은 미영의 화려함과 자유분방한 모습이 풋풋한 청귤을 떠올리게 하지만

어딘가 예쁘지도 않고 부족한 스스로를 감귤로 인식한다.

인간의 원초적 감정인 질투, 상대적 박탈감을 가감 없이 서술해서일까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스토리에 흡수되어 스며들어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내가 미영 또는 지영이라도 된 듯, 고스란히 이들의 궁핍한 감정들이 나에게로 전달된다.

나도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 단면만을 보며 우러러보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어차피 다 같은 귤일 텐데. (작가는 아마도 이를 의도한 것 같다.)

우리는 불확실하고 고통 속에서 늘상 살아가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내 삶은 어쩔 땐 청귤같이 신선하다가도

타인과 비교했을 땐 감귤같이 의미 없는 인생에 환멸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타인의 삶은 감히 먹을 수 없고 바라보기만 할 수 있어서 더욱 이상적으로 보이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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