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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서 : 포경선 에식스호의 비극
저자/역자
Philbrick, Nathaniel
출판사명
중심 2001
출판년도
2001
독서시작일
2016년 07월 01일
독서종료일
2016년 07월 01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나는 영화인 하트 오브 더 씨(In the Heart of the Sea)를 먼저 본 후, 흥미가 생겨 원작인 바다 한가운데서 : 포경선 에식스 호의 비밀을 접하게 되었다.

 

조난된 21명의 선원, 80톤의 고래, 94일간의 7200km의 망망대해를 표류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걸작 '모비딕'을 탄생시킨 에식스 호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 것이다.

 

이는 간단하게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현대처럼 전기를 사용하는 전구가 아닌 고래 기름으로 어둠을 물리쳤기 때문에 선원들은 밤에 빛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고래를 잡는 내용이다.

 

무턱대고 선택했던 하트 오브 더 씨는 1819년 여름, 포경선 에식스 호가 낸터킷 섬에서 고래를 잡기 위해 항해에 오르는 것으로 이야기의 서막들 올린다.

 

P.71) 배 밑창에 쌓여지는 기름통들이 늘어나면서 풋내기 선원들은 고래잡이라는 잔인한 도살작업에 익숙해졌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다보니 그들은 외경심을 품게 하는 고래의 신비성에 점점 무감각하게 되어갔다.

 

이 문장을 통해 나는 인간의 잔인성이나 탐욕성과 관련해서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그 잔인성에 고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칼질도 하지 못한 선원들이 점차 그에 익숙해져가 무감각하게 그저 할 일을 하는 기계처럼 고래를 도살하는 장면을 상상하자 나도 모르게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오직 기름덩어리를 얻기 위해서 고래를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그 학살에 점차 익숙해져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탐욕의 끝이란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고래 사냥을 떠난 뒤 15개월 후, 남태평양의 한가운데서 에식스 호의 선원들이 잡으려고 시도한 길이 30m, 무게 80톤의 성난 향유고래에게 공격을 당하면서 238톤의 배가 단 10분 만에 침몰하게 된다.

 

보통 유순한 편에 속하는 고래가 영화와 책에서는 왜 그렇게 인간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드는데, 그 의문은 의외로 간단히 풀린다. 인간이 먼저 기름을 얻기 위해서 고래를 무자비하게 학살했기 때문에 고래는 자기 방어를 위해서라도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누군가 갑자기 우리 마을에 내 가족과 친척, 이웃을 꾸준히 죽이려고 방문한다면 나는 나와 내 주변의 안전을 위해서 그들을 향한 적의를 숨기지 않으며 죽이려고 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침몰한 배에서 살아남은 21명의 선원드른 3개의 보트에 나눠 타고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건빵도, 식수도 떨어져 가는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는 그들에게 닥친 또 다른 고난이었던 것이다.

 

먹을 것도 떨어지고 식수도 부족한 극한의 상황까지 치닫자 급기야 인간은 죽은 동료의 시체까지 먹기 시작한다. 인간 중 흑인이 다른 인종보다 지방이 적어서 빨리 아사하는데, 보트 위의 선원들이 흑인의 시체를 수장시킬지 먹을지 갈등하는 장면이 나온다. 도덕적으로 먹지 않고 수장시킬 것인가.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인가. 비도덕적이지만 그 순간에는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은 조그만 보트 위에서 불을 떼고 가장 먼저 인간의 상징인 머리와 손부터 잘라서 버렸다고 서술되어 있다.

 

흑인 동료의 시체를 먹는 장면애서 한동안 음식이 들어오지 않다가 갑자기 들어온 살코기에 위가 위액을 쏟아내며 더 배가 고파졌다고 한다. 죽은 동료의 시체를 뜯어 먹고 그것으로는 부족해 살코기가 될 한명은 제비뽑기로 결정해 뽑기에 걸린 그를 먹는 잔인한 장면 또한 서슴지 않고 등장한다.

 

p.234) 식인현상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은 보통 성인의 경우, 먹을 수 있는 살콕가 약 30킬로그램쯤 나온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로슨 토머스의 신체는 평균에 미달했다. 굶어 죽은 희생자들을 해부해보면 근육조직이 극도로 쇠퇴하고 지방이 완전히 없음을 알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지방이 반투명의 점액성 물질로 변해 있기도 했다. 기아의 탈수증은 또한 토머스의 심장과 간을 포함한 내장도 수축시켰다. 그의 몸에서는 아마도 섬유질이 많은 야윈 살코기 14킬로그램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태 굶은 상황에서 여러 명의 선원이 14킬로그램 정도의 작은 양의 살코기를 n분의 1을 해서 먹었으니 먹어도 배가 고팠을 것 같다. 작가는 인간이 인간을 먹는 극단적인 예시를 보여주면서 인간이 한계에 다다르면 얼마나 더 잔인해지고 어디까지 합리화를 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생존투쟁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스러운 것임을 상기시켜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P.276) 1년에 한 번 에식스 호 조난일이 오면 그는 자기 방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죽은 동료들의 명복을 빌면서 단식를 했다.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자신과 알고 지낸 선원을 죽이고 그들을 먹었다는 것에 정신적인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같은 인간인데 먹어야만 했을까 싶은 생각이 서로 대립되어 이들이 얼마나 갈등하고 괴로워했을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가슴이 아팠다.

 

이번 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와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법을 정하고 도덕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도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에 다다르지 않고 편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를 마음 깊숙한 곳에 숨기고 도덕적인 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원작과 비교했을 때 영화가 덜 잔인하다. 원작에서는 한계에 다다른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정말 자세하게 서술한다 사람을 어떤 식으로 발라먹었는지,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그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선택을 영웒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연애를 글로 배우 듯 극한 상황 또한 글로 배운다는 가벼운 느낌으로 읽기에 소설은 부적합할 것 같다. 상대적으로 덜 잔인하게 그들의 불행을 체험하기를 원한다면 영화를, 조금 더 자세하고 현실적으로 그들의 한계를 체험하기 원한다면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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