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제목에 여름이 들어가는 책을 골라 읽는 취미가 있어서 읽게 되었다. 제목 ‘여름을 지나가다’처럼 책은 6,7,8월로 나눠서 전개되고 있다. 정말 여름을 지나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모두가 사연을 하나씩 품고 살아가며 여름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가구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두 인물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부동산에서 일하는 민은 매물로 나온 가구점에 들어가 종종 휴식을 취하고 나온다. 그 가구점의 아들인 수호도 가구점에서 가끔 지낸다. 민과 수호는 모르는 사이지만 서로 누군가가 이 가구점에 몰래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약혼이 깨진 후 퇴사하여 부동산에서 일하는 민과 가구점이 망해 빚을 갚기 위해 알바를 하는 수호. 삶이 고단한 두 사람에게 가구점은 현실과 동 떨어진 안식처라고 볼 수 있다. 고립된 공간이지만 자유로운 모순된 공간 속에서 둘은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를 보고 놀라지 않는다. 모르는 타인을 처음 마주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처한다. 고립된 공간에서 둘은 이미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쇼핑센터에서 수호는 피에로 분장을 하며 알바를 한다. “그래도 이 분장을 하고 있는 동안엔 표정을 들키지 않을 거야. 울어도 웃는 것 같고, 웃어도 우는 것 같고.”(36쪽) 분장을 하고 있는 동안이지만 사실 수호는 피에로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들키지 않아야 하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할 수 없는 수호는 피에로 분장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의 표정을 들키지 않고 플러스 1150원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수호는 가구점에 있을 때는 자신을 내려놓고 솔직해진다.
이 책의 작가님은 ‘여름’을 기댈 곳이 없는 청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나이 대지만 모든 것에 확신이 없어 열매를 얻을 수 없는 청춘이기에 가장 푸른 계절이지만 가을이 오기 전에는 열매를 수확하지 못하는 여름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 ‘여름을 지나가다’라는 제목처럼 청춘을 지나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 생각한다. 청춘을 지나가고 있는 민과 수호가 행복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