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대상인 ‘리사‘. 그녀가 왜 대상이 되었을까? 리사는 일본에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삼십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녀의 인생을 곡선으로 나타낸다면 결코 완만하지는 않을 테다. 아무튼 작가가 리사를 소설의 주제로 사용한다는 건 리사의 인생에서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었을 테다. 리사의 행복한 인생? 리사는 본인이 행복하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불행한 인생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도 않을 테다. 대신 불행함보다는 불안함이그녀에게는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런 불안함을 소재로 엮어 우리와 연결하려고 한다.
소설 안의 리사의 모습은 아이돌 시장의 어두운 면을 비춰내고 있다. 무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무대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나는리사를 보고 한국의 아이돌 시장이 떠올랐다. 리사는 대형 콘서트장에서 공연까지 한 소위 잘나가는 아이돌이었다. 그러나 이런 비정상적인 무한경쟁 체계는 나이가 찰수록, 식상할수록 다른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 아닌, 밟고 올라서게 만든다. 작가에게는 일찍 꿈을 이룬 아이 리사의실패가 글을 쓰게 만든 포인트가 됐을 것이다. 나는 사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밖에 분석하지 못했다. 특별한 비유도 없을 뿐더러, 리사라는인간의 인생사를 풀어 놓은 이야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스스로 읽으며 분석한 게 아닌, 느끼고 생각한 것에 맡기려고 한다.
과거에 화려한 아이돌이든, 지금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살고 있든 리사는 우리다. 우린 모두 어릴 때 꿈을 이룬 아이였다. 찰흙을 조물거리면 멋진 건축가였고, 소꿉놀이를 위한 플라스틱을 잡을 때는 유능한 요리사였다. 하지만 14살 어린 나이에 가혹한 경쟁 시장에 뛰어들자마자 우리는 모두 하나의 레일에 던져져 먼저 도착하는 사람부터 꿈을 꿀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런 모습에서 리사와 우리는 닮았다고 판단했다. 경쟁에서 메달을 거미쥐지 못한다면 더 이상 꿈을 이룰 수도, 꿀 수도 없다. 리사가 몰락해도 태연하게 하루 벌어먹고 산다는 것은 실패를 해도 괜찮은 사회가 아니다. 실패를 하면 그대로 루저의 인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괴한 현상이다. 수동적인 교육을 통해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세대한테 기괴한현상에 도전하라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과연 우리 세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전 세대에 의존해야 할까, 다음 세대와 진보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