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을 1년 전에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어 여러 책들 사이에서 별다른 걱정 없이 이 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도미니크 로로는 프랑스 출신의 수필가지만 일본에서 오랜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일본에서의 생활이 많이 언급된다.
책은 전반적으로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고, 제한된 공간에 물건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작가와 지인의 경험담을 통해 알려 준다.
언제부터일까? 작은 추억이라도 담겨있는 물건은 쉽게 버리지 못하고 꾸역꾸역 쟁겨두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니 너무 많은 물건이 쌓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한 번은 큰맘 먹고 이틀 내내 방 정리를 한 적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입지 않은 옷이나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모두 꺼내어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변화는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뭐가 잘못됐는지 알게 됐다.
'정리는 얼핏 평범하고 쉬워 보이지만, 연구부터 철저히 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실천을 해야 하며 머리를 써야 할 일도 있는 작업'
그렇다, 정리는 무작정 필요 없는 물건을 꺼내 정리하고 버리는 행위가 아닌 아주 복잡한 작업이다.
작가는 정리란 단순히 주변 공간을 깔끔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물건을 없앰으로써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작가는 종류별로 물건을 분류하여 정리를 해야 하며 가장 마지막에 정리해야 할 물건이 추억이 깃든 것이라 언급하였다.
추억이 깃든 물건에는 내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에 이것을 버려도 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할 때 깊은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나 역시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꽂히는 여러 가지 글귀가 있었다.
'사는 것과 그냥 사는 것은 다르다. 그냥 사는 것은 목숨이 붙어 있으니 살아가는 것이다. 반대로 사는 것은 크건 작건 모든 것에 그에 맞는 관심을 기울이며 최대한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일이다.'
'단순히 선반과 벽장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자신의 성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저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을 가지고(그것이 아주 작은 관심일지라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