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시를 읽다가 울었다. 그 시를 소개한다.
광염(光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그 쇳물 쓰지 마라>
2010년 충남 당진 한 철강업체에서 노동자 김모 씨가 용광로 속에 빠져 숨졌다. 용광로에는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어 김씨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는 뉴스에 댓글로 달린 시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여러 번 읽었음에도, 어느 시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댓글 시인 제페토의 시는 어렵지 않았다. ‘시는 어려운 것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용광로에 빠져 숨진 20대 쳥년 외에도 40대 인부 추락사, 시나리오 작가의 쓸쓸한 죽음, 택시가 인도를 덮쳐 숨진 20대 여성 등 안타까운 사건이 너무나 많았다. 그런 뉴스에 달린 댓글 시를 읽고 여러 번 눈시울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