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대학들을 비판할 때 '대학은 죽었다'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작가는 '대학은 죽은 게 아니었다. 아주 생생하게 살아서 활발히 진격하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 진격의 방향에 관한 문제 제기다.
책의 내용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취업사관학교'가 되어버린 캠퍼스의 진풍경을 스케치한다. 신입생들은 취업강의와 리더십 강의를 필수적으로 듣는다. 그리고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꿀 강의를 듣기 위해 수강신청 전쟁을 벌인다. 심지어 인기과목을 사고팔기도 한다. 반면 인문학 강의 수는 감소하고 대신에 수강인원은 늘었다. 한 강의실에 100명이 넘어가는 대형 강의는 인문학에 필요한 논술과 토론 수업을 힘들게 한다. 189개 대학 중 686개의 경영학 계열 학과가 존재한다. 한 학교당 경영학 관련 학과가 3~4개씩은 있다. 인문사회계열 중 경영학 인원의 수는 21퍼센트나 차지한다. 반면에 국문학, 철학, 사회학, 정치외교학, 심리학 계열의 학과를 다 합쳐봐야 고작 423개이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대비해 대학들은 학생 수는 줄이고 취업과 관련된 학과를 늘리고 있다. 나머지 돈 안되는 학과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2장은 '영어'에 미쳐 있는 캠퍼스의 비극을 집중 조명한다. 철학 교수가 영어 발음이 원어민 같지 않다고 미국에서 살다 온 스무 살 학생에게 무시당한다. 영어 발음으로 학생 눈치를 봐야 하는 교수가 강의실을 지적 교류의 장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3장은 앞선 진풍경들을 야기한 거시적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대학의 기업화, 대학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살핀다. 나아가 우리가 자본의 편리성에 길들여진 대학의 이면을 왜 걱정해야 하는지 논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대학들의 현재 행보가 궁극적으로는 '죽은'시민을 만들어냄을 경고한다. 시민은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가진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공적 정책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대중과 구별되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대중이 될 수는 있지만 시민이 되기는 어렵다. 교육제도는 대중 가운데 시민의 비율을 늘릴 수 있는 결정적 요소다. 사회 속의 개인은 순응적으로 자신의 현재를 규정해선 안 된다. 자신의 현재는 시대적 변수들이 뒤얽힌 ‘사회적 산물’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를 촉구하는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 자발적, 주체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교육시스템이 정교하고 체계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 ‘스스로’ 시민이 되기란 어렵다. 지금의 대학은 과연 ‘시민’을 만들어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