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천재 작가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사람이었다.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의 이름 탓인지 나는 헤밍웨이하면 하얀 수염이 가득 난
산타클로스와 닮은 노인의 이미지가 연상이 된다. 하지만 실제의 헤밍웨이는 20살에 28살의 첫 아내 헤들리와 결혼을 하고 이후로도 3번을 이혼하고 4번의 결혼을 하였으며, 여성 편력을 자랑했던 시대의 바람둥이였다.
엽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 고독을 싫어했던 사람.
헤밍웨이는 늘 안정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던 사람이었다.
이런 헤밍웨이의 인생에 가장 안정되고 정서적으로 풍요로웠던 시절이 파리에서 첫 번째 부인인 헤들리와 함께 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헤밍웨이의 이름이 막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그는 헤들리의 친구와 사랑에 빠져 이혼을 감행하기는 하였지만 그 후로 여러 여자들과의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헤밍웨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는 헤들리였을 것이다.
헤들리와의 결혼 생활 중에 쓴 작품들은 남녀 관계에 관한 묘사가 섬세하고
보다 안정적인 문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른 단정이려나..
아무튼 두 여자 모두를 동시에 사랑한 헤밍웨이는 한 여자는 아내로, 또 다른 여자는 연인으로 셋이 함께 살아가는, 그의 생각에서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실상 굉장히 어이없는 발상을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시대의 천재 헤밍웨이에 대한 경탄이 실망으로 흐려지고 변질되기는 하였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헤밍웨이가 처음 결혼을 하였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20살이었다.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나이의 남자였는데 그 나이의 남자들이 다들 그렇듯, 당연히 미성숙하고 그 때 그 때의 일시적인 감정들에 휘둘리기도 하였을 것이다. 게다가 헤밍웨이가 살았던 그 시대의 파리는 사교클럽들과 대 문호와 화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술을 마시고, 재즈 열풍이 불어오던 난잡했던 시기였으니 남들보다 더욱더 불안하고 안정되지 않던 헤밍웨이가 흔들리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가 글을 잘 쓴다고 해서 심적으로 성숙한 어른은 아니었을테니까.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총알을 스스로에게 겨냥해야만 했던 그가 안쓰럽고,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의 헤밍웨이를 열렬히 사랑하고, 그의 뒷바라지에 충실했던 헤들리는 헤밍웨이의 배신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을 것 같다. 그보다 힘들었던 것은 그녀가 유명해진 헤밍웨이의 무명시절에 잠깐동안 함께 살았던 첫번째 부인 정도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통해 헤들리와 헤밍웨이의 삶이 재조명 되는 것이 헤들리에게 일말의 위안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