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이완용은 흔히 ‘매국노, 친일파’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고종을 협박하여 1905년 을사조약의 체결과 서명을 주도했고 내각총리대신이 되었다. 헤이그특사 이후 고종에게 책임을 물어 물러날 것을 강요했고, 총리대신으로 일본과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한 인물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사를 배우면서 그가 이러한 행동들을 했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친일파 중 한 명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뒤에는 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그의 전반적인 생애 및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물론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도 일부 가미되었지만, 여기서 그는 나라를 팔아먹은 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극단의 시대에서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인 인간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는 근대화에 대한 열망도 높았으며 조선왕조의 개혁을 이끌고자 하였다.
이 책을 읽고는 오히려 당시 고종에 대한 생각을 알고 싶다고 느꼈다. 여기서는 고종에 대해 외교적 마찰이 있을 때마다 최고 결정권자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며 결정을 미룬다고 하였다.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대신들을 부추기는 등 그를 무능력하고 약한 존재로 묘사하였다. 을사조약 체결 이후 최익현도 고종의 허약과 무능을 꾸짖었다는 점에서 과연 당시 그의 생각은 어떠했으며 단지 민중이 아닌 자신만을 위한 나라가 없어질까 봐 두려워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 또한 이 책의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완용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자가 아닌, 오히려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할 줄 모르는 또는 그것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호명하는 가치에 호응할 줄 모르는 인물로 비판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오늘날 우리는 오히려 매국노라는 용어를 쉽게 사용하고 지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완용이 했던 일들에 대해서 모두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 그가 자행했던 일들은 지탄받아야 될 일이며,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점들을 기억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배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과서를 통한 인물학습 위주의 수업은 그의 행적을 모두 쫓는 것이 아닌 단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완용에 대한 평가도 극도로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과거를 급제하고 아관파천을 성공시켰고 을사조약 체결 당시와 그의 죽음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통해 그를 둘러싼 대한제국의 구조와 관계의 문제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앞으로 어떤 인물이든 기존의 평가만을 받아들여서 단편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자료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스스로 재평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점에서 다른 사람들도 열린 시각을 가질 수 있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