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커트 보네거트’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나름 또래에 비해 문학쪽으로 아는게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생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어서 굉장히 쪽팔렸었다. 이후 검색해보니 커트 보네거트는 그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유명한, 블랙 유머를 구사하는 미국의 작가였다. 다행스럽게도 도서관에 몇권의 장서가 비치되어 있어, 어떤 풍자와 해학이 있을 까 기대하며 책을 빌리게 되었다. 마더 나이트는 독일의 유명한 극작가가 나치의 선전에 이용되면서 나치의 앞잡이가 됨과 동시에 미국의 첩자 역할을 수행한 주인공이 독일에서 탈출한 이후, 뉴욕에서의 짧은 생활과 이스라엘 측에 붙잡혀 재판을 받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이상하게 최근에 읽는 책마다 소재가 나치 얘기가 많다. 어쨌거나 뉴욕에서 거주하며 그는 부인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탈출을 꿈꾸지만 그렇게 녹록하지많은 않다. 미국의 첩자로써 비밀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그를 나치 전범이라고 얘기해도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치 전범을 다룬 이야기 치곤 그렇게 우울하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다. 그냥 그를 둘러썬 묘한 상황들에 대해 묘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가장 공감가고 재미났던 문장이 있다. ‘ 이 세상에 거의 모든 것이 엉터리지만, 아스피린은 효과가 있지.’ 사람들은 엉뚱한 걸 소중하게 여기지. 그리고 진짜 소중한 걸 너무 늦게 깨닫는다네. – 158p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내 사랑은 변하지 않소. 우리 사랑은 너무 깊어서 그 어떤 말도 그곳에 도달하지 못할 거요. 우리의 사랑은 영적인 사랑이오. – 180ㅔ 이 세상에 거의 모든 것이 엉터리지만 , 아스피린은 효과가 있지. – 202p. 마지막 부분에 가면 지쳐버린 주인공 켐벨이 얘기하는 말이 있다. “나를 나치로 규정하십시요. 마음대로 분류하세요. 만일 사람들의 도덕성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것 같으면 나를 교수형에 처하시고요. 내 삶은 대단한 보물도 아니고 나에겐 전후 계획같은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