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소설 코너를 돌다가 발견한 ‘마르크스 죽이기’란 소설. 솔직히 이렇게 끌리는 제목을 달아놓을 수가 있나 싶었다. 거기다 저자 이름까지 칼 마르크스다. 칼 마르크스가 쓴 칼 마르크스의 소설이라고? 나의 책읽기는 그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이 소설은 팩션인데 팩트와 픽션의 합성어로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 그런 의미이다. 칼 마르크스를 비롯한 유명 인물들이 영원히 죽지 않는 인물이 되어 환생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죽지 않는 노숙자 신분의 칼 마르크스가 쓴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다. 동일한 출판사에서 나온 ‘애덤 스미스 구하기’를 읽은 나로썬 이 역시 재미난 책일거라고 읽기 시작했지만 조금은 실망이었다. 내가 바란 것이 작가의 의도와는 달랐을 수 있지만. 책을 읽기 전에 내가 바랐던 것은 마르크스의 사상에 관해 혹시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바로잡아 주거나(애덤 스미스 구하기 처럼), 그의 사상을 구어체로, 소설이라는 재미난 장르로 표현한 책 등을 바랬는데. 그 기대에 못미친 감이 있다. 내가 느끼기엔 칼 마르크스의 개인적 생애에 조금 더 집중한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그의 사상만 알아왔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나에게는 새로운 정보를 가져다둔 책은 맞다. 사람은 사는 동안 어느 순간에 이르러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싶지 않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진실 대신 거짓말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 거짓말은 인생을 끝까지 지배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숙자 칼 마르크스가 그의 생애를 회상하며 쓴 일기중의 일부다. 맑스의 사상에 관한 것을 기대하고 읽었지만 뭔가 인간적인 가르침을 받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