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조지 스타이너(George Steiner)의 해석학적 번역이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쑤퉁(苏童)의 장편 소설 의 2종 한역본(문현선의 , 김택규의 )을 대상으로 중한 번역 과정에서 드러나는 번역자의 주체성에 대한 탐구를 그 목적으로 한다.스타이너는 번역을 일종의 ‘해석학적 운동’으로 정의하고, 그 과정을 ‘신뢰(Trust)’, ‘침투(Aggression)’, ‘결합(Incorporation)’, ‘보상(Enactment of reciprocity)’이라는 4단계로 구분하였다. 그는 번역의 최종 목표를 ‘출발어(SL)와 도착어(TL) 사이의 균형’에 두고 그 지점을 ‘보상’ 단계로 보았다. 이는 스타이너가 번역자의 관점에서 번역을 바라보며 두 문화 사이에서의 ‘균형 유지’라는 역할을 번역자에게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본고는 스타이너가 제시한 ‘균형의 번역’ 목표를 2가지 상황으로 구분하였다. 출발어 텍스트 요소의 대체어가 도착어와 그 문화에 존재하는 경우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그것이다. 존재하는 경우는 번역 목표를 원문의 요소가 그 본래 의미와 문맥에 맞도록 적절한 도착어로 대체되느냐의 여부에 두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원문의 요소를 있는 그대로 가져와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하는데, 이때 번역 목표는 그 정도성의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하느냐에 있다. 본고는 스타이너의 이 시각을 실제 문화의 중한번역에 적용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첫째, 문화의 번역에 있어서 번역이 과연 ‘보상’ 단계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 둘째, 실제 번역에서 번역자가 ‘균형의 번역’을 달성할 수 있는가? 셋째, ‘균형의 번역’을 달성하기 위한 번역자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이와 같은 문제의식 하에서, 본고는 다음의 방법적 절차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쑤퉁의 2종 한역본을 대상으로 총 209개의 문화적 요소를 추출하고 그 각각이 보여주는 특징에 따라 크게 ‘비언어적 문화 요소’와 ‘언어적 문화 요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비언어적 문화’에는 고대 제도문화, 고대 의식주와 기타 풍습, 고대 예술과 여가 문화 및 도량형과 시간 단위가 포함되었다. 또한, ‘언어적 문화’는 다시 관용적 표현, 사자성어, 상징적 표현, 비속어 등 4가지로 하위분류했다. 이를 바탕으로 2종 한역본의 번역방법을 살펴보고 그 번역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번역방법을 8가지로 분류하였다. 즉 한자독음, 한자독음과 한자병기, 직역, 자국적 표현으로의 대체, 부연설명 추가, 다시쓰기, 일반화, 삭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요소들을 조지 스타이너의 번역 운동 4단계 중 작품의 선택 단계인 ‘신뢰’를 제외한 ‘침투’, ‘결합’, ‘보상’ 단계에서의 번역방법을 각각 분석하였다. 특히, 마지막 보상 단계에서는 최종적으로 ‘균형의 번역’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부연설명을 추가하는 ‘명시적 보상’과 다시쓰기로서의 ‘비명시적 보상’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제안하였다. 특기할 것은 원문의 문화적 요소가 도착어에서 그 대응어나 표현을 찾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만 ‘결합’ 단계에서의 ‘균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상’ 단계에 도달했다고 해서 반드시 ‘균형’이 잡힌 번역이라고도 할 수 없다. 다만, 원문의 문화적 요소와 표현들이 도착어에서 그에 대응되는 번역어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본고의 구성을 보자면, Ⅰ장에서는 연구의 목적과 방법, 논문의 구성 및 저자와 작품 소개, 그리고 선행연구를 살펴보았다. Ⅱ장은 이론적 배경으로서 조지 스타이너 해석학 기반의 번역운동 4단계에 따른 ‘균형의 번역’과 문화의 번역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였다. Ⅲ장에서는 에 등장하는 문화적 요소와 언어적 표현을 추출하고 그 특징에 따라 유형을 분류한 다음, 2종 한역본의 번역방법에 대한 통계분석을 진행하였다. Ⅳ장에서는 추출된 문화적 요소와 표현들의 번역 양상을 토대로 ‘균형의 번역’에 도달하기 위한 ‘보상’ 단계에서의 번역자 개입에 따른 그 정도성 문제를 탐색해보았다. Ⅴ장은 결론으로서 논문 전체 내용을 요약·정리하였다. 본고는 스타이너가 제시한 해석학 근간의 ‘번역운동 4단계’는 번역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론적 절차를 구현해냈다고 본다. 번역이 원문에 대한 일종의 해석 과정이지만, 그 해석은 모든 해석자의 선이해에 기반한다는 해석학적 시각을 통해 번역자의 역할에 좀 더 주체적인 공간을 부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원문의 ‘의미’가 어떻게 신뢰, 이해, 흡수, 변형되는지, 그리고 번역본의 ‘의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번역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의 자율성을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문화의 번역이 갖는 본질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제시된 ‘균형의 번역’은 그동안의 번역 연구의 주류를 담당했던 ‘이분법’적 현상을 해체시켰다고 할 수 있다. 두 문화 간 매개자로서의 번역자가 최적의 주체적 공간을 찾아가는 것이 스타이너가 말하는 ‘균형’일 것이다. 원문과 번역문의 ‘균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두 문화의 만남과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출발어의 문화를 전승시키면서도 도착어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면 번역자는 가장 이상적으로 그 본분을 다한 것이라 하겠다. 그 길은 결코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그 여정에서 중한 문화의 번역뿐만 아니라 번역자의 주체성 문제에서 참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은 조각이라도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