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매우 독특한 감정이다. 우선 후회는 인간의 합리성을 반증한다. 만약 사람들이 언제나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면 우리는 평생 후회를 경험하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다. 또한 후회는 감정으로 분류되지만 매우 인지적 사고의 결과이다. 그렇기에 후회는 인지적 특징과 감정적 특징이 혼합되어 있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마지막으로 후회는 만족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만족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예컨대,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에 불만족했을 때 후회를 경험하지만 만족하더라도 후회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러한 후회의 독특한 특징들로 인해 학자들은 오랫동안 후회에 커다란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여 왔다. 그리하여 후회는 심리학과 마케팅 뿐 아니라 교육학, 의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확장되어 왔다.본 연구는 최근 소비자 행동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인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 CLT)을 후회 연구에 접목시킴으로써 두 개의 독자적인 연구 분야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의사결정의 주체가 후회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시간 해석수준과 자기 해석수준이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 때 의사결정 주체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하여 관련되는 이론적 개념으로 사회적 거리를 원용한다. 또한 본 연구는 이처럼 여러 차원의 심리적 거리가 상호작용함에 따라 후회의 크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고려대학교 학부생 및 대학원생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배포하여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은 시간 해석수준과 사회적 해석수준, 그리고 자기 해석수준을 독립변수로 종속변수를 측정하는 2(시간적 거리: 먼 과거 대 가까운 과거)*2(사회적 거리: 본인 대 타인)2(자기 해석수준: 독립적 대 상호의존적) 집단-간 완전요인 설계로 구성하였고, 각 응답자는 8가지의 설문지 중 한군데에 무작위로(무선) 할당하였다.실험 결과 시간 해석수준과 사회적 해석수준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미하였으며, 사회적 해석수준과 자기 해석수준의 상호작용 효과 또한 유의미하였다. 또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린 경우 후회의 크기는 타인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컸으며, 먼 과거의 의사결정에 대한 후회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경우와 타인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경우 평균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독립적 자기해석 집단의 경우 후회의 크기는 본인이 의사결정을 한 집단과 타인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한 집단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나, 가설과는 달리 상호의존적 자기해석을 하는 피험자 집단에서는 의사결정 주최에 따라 유의미한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해석수준과 후회의 관계를 고찰한 본 연구의 결과 대부분의 가설이 지지되었으며, 이는 다음과 같은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두 가지 차원의 해석수준의 상호작용 효과가 후회의 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검증하였다. 둘째, 해석수준이 후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검증하여 후회 연구의 영역을 확장하였다. 셋째, 후회를 과정후회와 결과후회로 나누어 측정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넷째, 해석수준이 후회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내적귀인의 매개효과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위와 같은 본 연구의 흥미로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연구의 진행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점이 관찰되었다. 첫째, 본 연구에서 주장한 내적귀인의 매개효과가 부분적으로 지지되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심리적 거리와 관련된 세 가지 독립변수 모두 조작을 통해 실험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향후 연구에서는 조작이 아닌 측정을 통하여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연구 결과를 도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가 가지는 위와 같은 한계점은 후속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