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은 대상을 충실하게 관찰하여 그 특징을 표현하는 방법이면서 작가의 사고와 논리를 형상화해가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테크닉이 개발되고 새로운 재료와 방식이 개척되는 실험실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체 작품의 완성도 보다는 영감이 떠오르는 최초의 순간의 느낌을 많이 반영한다. 아티스트의 사고와 테크닉의 예리한 정수가 반영되는 드로잉은 어떠한 시대적 배경과 맥락 속에서 그 위상과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일까? 본 논문에서는 드로잉의 개념변화에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드로잉에 반영된 의미를 미술사적 이론과 연관시켜 논함으로써 드로잉의 현대적 가치를 연구하는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따라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하였던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에 ‘드로잉( Drawing)’의 요소를 수용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드로잉과 현대미술 속의 상호 침투 현상 및 드로잉과 그 사회와의 관련성까지 포괄하여 ‘작품영역 확장’의 측면을 밝혀보고자 한다. 동시에 그것이 작품들에 반영되는 방식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다. 전통적으로 하나의 완성작을 위한 보조수단이었던 드로잉이 이제는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작가의 내면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독자적인 세계가 된 것이다. 또한 독립된 예술의 한 장르로 손색없이 인정받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현대드로잉에 나타나는 미술 영역확장의 특성을 열린 형태의 형식이나 방법, 새로운 형상과 표현을 통하여 고찰하여 보고자 한다. 현대 드로잉은 우선 형태적인 면에서 열린 개념의 다양한 효과를 위해 표면 작업을 한다. 즉 작품과 매체적 재료의 상호수용은 미술영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비물질적 요소를 활용한 드로잉 기법도 현대미술의 경계를 초월하여 미술영역의 확대를 가져 왔다. 한편 20세기 초 작가의 의도만으로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 형성되면서 예술작품의 정립에 대한 개념이 변화 하였다. 드로잉은 이와 같은 변화의 조류 속에서 표현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었고 내용에서는 감정과 무의식의 자동기술적인 표현까지 포함하게 되었으며 제작 방법상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표현이 보장받게 되었다. 현대미술이 다른 분야의 기법과 형식을 수용하는데 있어서도 드로잉의 위와 같은 특징들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미술을 이전의 미술과 구별하는 ‘개념’의 요소를 수용함으로써 드로잉은 새로운 형식을 갖게 된다. 또한 드로잉이 개념화, 신표현주의적 표현, 매체적 혼합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현대미술과 드로잉의 동질화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본문에서는 드로잉의 발전 과정을 다음의 세 가지 방식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첫째, 과거의 드로잉 개념을 알아보고 현대에 새롭게 조명된 드로잉의 위치를 확인해 보며, 둘째, 완성도 높은 회화나 조각 작품에 비해 드로잉은 작가의 살아있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나는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표현의 과정 그 자체를 의미함을 알고 드로잉 작품이 타 영역의 형식이나 방법 등을 수용하여 미술의 영역을 넓혀가는 현상을 구체적으로 탐구해 본다. 셋째, 미완성적인 드로잉의 과정에 관람자가 시각적 반응에서부터 작품 조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일반대중이 미술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는 측면에서 확장된 미술의 개념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드로잉의 이러한 방식들은 대체로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환경, 기호, 사진, 정체성 및 이미지의 텍스트들과 함께 실행됨으로써 복잡한 개념을 드러낸다. 이러한 현대미술의 복합적인 쟁점 속에서 다문화적인 인식을 함축된 의식의 표현으로 상징한다든지, 아이디어로 개념을 표현하는 매체로서 드로잉은 자유롭고 시대적, 정신적 물질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표현요소이며 기법이다. 지적이면서도 즉흥적인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드로잉은 더욱 확장된 개념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다. 현대미술 속에서 드로잉의 가치를 느껴봄으로써 현대 회화의 사유의 범위를 넓히고 표현 방법의 확장 및 개념을 이해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