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하나님은 온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로서 그 분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들의 경배와 찬양을 받으실 유일하신 분으로 나타난다. 또한 이스라엘은 그분의 선택받은 백성들로서 하나님만을 온전히 신뢰할 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약속받고 그의 자녀로서의 영원한 축복을 보장받는다.구약성서는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이러한 계약관계를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이스라엘의 성실한 계약 이행은 축복을 보장하지만 계약 불이행은 저주와 파멸로 이어진다. 계약 이행과 계약 불이행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름 아닌 참신이신 야웨만을 섬기는가 이방의 신들을 섬기는가이다. 그것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십계명의 제 1계명 “나 외에는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출 20:3; 신5:7)에도 명백하게 드러나며,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한 이후 신명기 역사가와 예언자들에게 가장 큰 비난을 받았던 것이 이방 제의와 같은 이방 신 숭배였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계약관계는 야웨와 이스라엘의 ‘혼인관계’와 같은 은유로 성서 곳곳에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 머나먼 이방 땅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계약관계가 과연 성립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스라엘의 유일하신 하나님은 실제로 오랫동안 종교적으로 기독교와 타종교의 대화를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고, 사회적으로는 신앙인과 비 신앙인을 구별 짓는 역할을 해왔으며, 인류학적으로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근거를 제공해왔다. 이것은 구약 전체에 흐르고 있는 ‘유일신 숭배’와 ‘우상숭배 척결’에 대한 신명기적 인식이 고대 이스라엘 종교의 역사적 상황을 넘어서, 로마제국 이후 십자군 전쟁을 통한 중세시대, 식민지 확장과 제국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주어 서구 기독교가 다른 종교들을 배척하고, 그들의 문화를 척결하는데 이용하는 지배이념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스스로를 크리스챤(Christian)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