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1950년대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한국과 타이완의 소설을 비교 연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당시의 반공소설은 젠더에 따라 다른 면모를 나타내고 있었기에 젠더적 관점으로 한국작가 최정희의 두 장편소설『끝없는 낭만』,『녹색의 문』과 타이완 작가 판런무의 두 장편소설「사촌동생 리엔이」,「마란 자전」및 단편소설『꿈과 같은 인생』을 중심으로 비교 연구하여 한국과 타이완 여성 반공소설의 유사성을 고찰하였다. 본고는 일차적으로 한국과 타이완의 반공주의와 반공문학의 형성과정을 살펴보았다. 남한은 해방직후부터 반공주의가 본격적으로 형성되었고 여순사건이 발발한 후 공산주의자에 대한 적대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남한의 반공이데올로기는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더욱 강화되고 내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문인들이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강력하게 작동했던 것이 바로 검열이었고,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반공주의자라는 증명을 통해 생존 및 지적활동을 도모하려고 하였다. 타이완의 경우는 1949년 천청이 타아완성 주석이 되면서부터 반공체제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50년대부터 시작된 백색공포로 인하여 민중들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되기 시작했다. 대륙에서 국공내전을 겪은 문인들이 타이완으로 이주한 후 나라를 위해서 반공문학을 쓰기 시작했고, 문예활동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국민당은 문인들로 하여금 반공문학을 창작하도록 독려했다. 최정희와 판런무의 반공서사 비교를 통해 몇 가지 여성적 글쓰기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그녀들은 단순하게 반공이데올로기만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중심적 정치 영역 속에 여성의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그녀들은 여성들의 삶을 통해서 공산주의를 부정함으로써 반공이데올로기를 의미화 하였다. 또한 둘의 반공서사에서 엘렌 식수가 말하는 소위 '좋은 모유'를 볼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 여성들 간의 우정, 신의, 사랑이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둘은 여성의 정체성을 추구했고, 그녀들의 글에서 긍정적인 여성적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판런무와 최정희는 단일하게 남성 중심적 반공이데올로기에만 포섭되지 않았다. 여성을 공산주의의 희생양으로 재현함으로써 반공이념을 드러내면서 여성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던 것이다. 특히 적극적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추구했던 최정희는 남성의 반공이데올로기까지 거부하는 면을 보여 반공서사에 균열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