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직업교육은 청년의 성장경로 다양화와 계층 간 희망사다리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고졸 청년 취업자는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의 해결책이 될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높은 중요도를 갖는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경기 둔화로 인한 고졸 채용 축소, 안전문제 및 코로나19로 인한 현장실습 공백 등으로 인해 중등 직업교육은 난항을 겪고 있다. 더욱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간 격차가 상당한 가운데, 직업계고의 다수를 차지하는 특성화고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이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직업계고-선취업’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탈바꿈 되어야 한다. 즉, 직업계고를 진학하여 선취업을 했을 시 양질의 일자리로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낮은 질의 일자리는 미취업 상태와 비교할 때 나을 것이 없으며 오히려 노동시장 이행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취업 여부만을 정책적 관심에 두는 것은 반쪽짜리 논의라고 할 수 있다.긍정적인 점은, 사회 전반적으로 고용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고졸 청년에 대해서도 후진학과 사회적 자립의 측면에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고졸 청년 취업에 대한 연구 또한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여,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 결정과 더불어 일자리의 질을 포함한 취업 성과에 관한 연구가 다수 수행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선행연구에서는 현장실습을 포함하여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준비 경험에 대한 효과를 구체적으로 검증하지 못했으며, 진로성숙도와 교사의 정서적 지지와 같은 학생의 진로발달 수준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취업 성과를 비교함에 있어 직업계고 진학 시 취업에 대한 동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학교 유형 간 차이를 해석함에 있어 제한점으로 작용하였다.본 연구는 직업계고의 중심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고졸 청년 취업자의 일자리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분석을 목적으로 한다. 이때 일자리 질의 구성요소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객관적 지표인 ‘임금’과 근무환경, 근무시간, 직장 내 의사소통 및 인간관계, 임금, 개인의 발전 가능성, 복지후생, 직장의 안정성 등에 관한 주관적 인식인 ‘일자리 만족도’로 선정하였다. 영향요인은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개인배경, 진로발달 수준, 학업성과 및 취업준비 활동, 그리고 직무-전공 일치도를 개인 수준 요인으로 고려하였으며, 학교 유형, 소재지, 학업중단율, 학교시설 및 환경 수준을 학교 수준 요인으로 포함하였다. 이때 학교 유형에 따라 일자리 질에 대한 직업계고 진학 동기의 효과가 다르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두 변수 간 상호작용 효과를 추가로 살펴보았다.분석 자료로는 한국교육고용패널(KEEP)Ⅱ 1~3차 자료와 학교알리미 자료를 활용하였다. 분석 대상은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2019년 2월 기준으로 선취업을 한 137개교의 1,033명 졸업생이다. 고등학교 재학 중 응답 자료인 KEEPⅡ 1, 2차 데이터, 노동시장 진입 후의 응답 자료인 3차 데이터, 그리고 학교특성 변인에 대한 학교알리미 자료를 결합하여 사용하였다. 한편 일자리 질 점수는 임금과 일자리 만족도 변수의 공통요인을 추출하고 표준점수화 하는 주성분분석방법을 적용하여 연구에 활용하였다. 분석은 HLM 프로그램을 활용한 다층모형 분석방법으로 수행되었다. 직업계고 졸업생의 일자리에는 학생 개인이 가진 배경적, 경험적 특성뿐만 아니라 학교의 특성도 동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분석 자료가 층화군집비율표집으로 수집된 위계적 자료라는 점에서 해당 분석방법은 단층자료로 분석할 시 발생할 수 있는 생태학적 오류를 줄여주며, 학교 간 편차가 큰 직업계고 자료 특성에 적합한 방법이 된다. 또한 기존의 전통적인 단층모형과 달리 회귀계수들의 무선효과를 검증할 수 있으며, 층위 간 상호작용 효과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분석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방법론적 장점을 활용하여 연구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가설을 검증하였다.연구 결과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졸 청년 취업자의 임금은 학교 유형, 학교시설 및 환경 수준, 현장실습 질적 만족도, 직업계고 진학 동기, 직무-전공 일치도 요인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졸 청년 취업자의 출신 학교가 마이스터고이면서 학교시설 및 환경 수준이 높을수록, 개인 특성상 직업계고 진학 당시 취업에 동기가 있었으며, 재학 중 경험한 현장실습의 질적 만족도가 높았으며, 입직 후 직무가 자신의 전공과 일치할수록 비교적 높은 임금 수준의 일자리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졸 청년 취업자의 임금 측면에 있어 취업준비 경험 여부보다는 질적 수준이 높은 현장실습의 경험이 중요하며, 출신 학교 유형 및 학교의 SES 수준이 결정적인 영향요인이 됨을 보여준다.둘째, 고졸 청년 취업자의 일자리 만족도는 직무-전공 일치도, 진로성숙도, 교사의 정서적 지지 요인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졸 청년 취업자 개인의 진로성숙도와 교사의 정서적 지지 수준이 높으며 입직 후 직무가 자신의 전공과 일치할수록 비교적 높은 만족도 수준의 일자리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졸 청년 취업자의 일자리 만족도 측면에 있어 자신의 전공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으로의 연계가 중요하며, 학생의 심리적·정서적 측면의 진로발달 향상을 위한 학교와 교사의 노력 또한 중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마이스터고 효과는 직업계고 진학 동기를 통제하고서도 여전히 유의했으며 직업계고 진학 동기에 따른 차이효과는 특성화고에 한하여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경우 고등학교 입학 전 동기와 관계없이 특성화고 졸업생에 비해 임금과 일자리 질 전반에서 우위를 보이며, 특성화고의 경우 직업계고 진학 동기가 취업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일자리 질 수준에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학생이 취업에 분명한 목표가 없는 채 마이스터고에 입학했더라도 졸업 후 노동시장 이행 시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마이스터고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다. 반면, 특성화고 졸업생의 전반적인 일자리 질의 수준은 마이스터고 졸업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며, 그중 입학 동기가 취업이 아니었던 학생의 수준은 더 큰 차이로 낮다는 점에서 특성화고 직업교육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마지막으로, 고졸 청년 취업자의 일자리 질에 있어 임금의 영향요인과 일자리 만족도의 영향요인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에 있어서는 학교 유형과 학교시설 및 환경 수준과 같은 학교특성 요인이 결정적인 영향요인으로 드러난 반면, 일자리 만족도의 경우 개인특성 중 진로발달 수준과 직무-전공 일치도에 따른 차이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마이스터고 졸업생은 특성화고 졸업생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로 이행할 확률이 높으나, 세부적으로 보면 임금 수준에서 우위를 의미하며 일자리 만족도의 측면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직무-전공 일치도는 투입한 변인들 중 유일하게 임금과 일자리 만족도 두 측면에 있어 모두 유의한 영향요인이면서 학교특성 요인보다도 전반적인 일자리 질의 차이에 대한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