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행정구역 기준 80%, 용도지역 기준 90%를 상회하여 극도로 도시화되어 있다(한국도시지리학회, 2020). 이에 따라 현대의 공간은 도시로 대표된다. 하지만, 현대의 도시 공간에는 다양한 유형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불평등은 인간과 오랜 기간 함께하고 있으나, 공간이 고려된 지리학 분야의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불평등은 공간상에서 발현되며, 불평등을 논할 때 공간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에서는 불평등으로 인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을 공간에 투영하면, 지리적 의미가 담긴 공간 불평등이 된다. 주거지의 질적 차이에 따라 누군가는 공간에 대한 권리를 누리고, 누군가는 이를 누리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대의 도시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불평등의 실태 진단과 완화를 위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공간 분포 패턴 및 주거 격차 실태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이 연구는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의 문제와 주거 격차 실태에 대해 규명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다. 세부적으로 공간 불평등의 개념을 정립하였으며, 서울시 내부의 주거지 분화를 확인하였다. 이후 주거지 분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분야의 격차를 규명하였다. 나아가 분화로 인한 격차에 대해 정성적으로 규명하였으며, 격차와 불평등을 완화할 해결 방안을 모색하였다.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의 공간적 범위는 서울시로 한정하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울시는 우리나라의 수도이며, 주거 격차로 인한 차이와 불평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자 중 45.1%가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부 집중도 지수도 서울시에서 가장 높다고 지적되었기 때문이다(황원경 등, 2022).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구득한 자료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였다. 먼저, 소득 상·하위 5%의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활용한 자료는 개인신용정보자료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6개월 단위의 시점으로 구성되었다. 다음으로 고가(高價)와 저가(低價)의 주거지 도출에 활용된 자료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와 공동주택가격 자료로 각각 2020년 1월 1일부터 2023년 2월 28일까지, 그리고 2022년 8월 기준의 시간적 범위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경관 답사와 인터뷰는 2023년 7월 22일을 시작으로 10월 8일까지 총 5회 수행되어, 전체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2019년 1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로 요약될 수 있다. 연구에 활용한 방법은 정량적 방법과 정성적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량적 방법으로는 커넬밀도분석을 통한 핫스팟 분석과 아이소 에어리어, 그리고 입지 계수를 응용한 인구 집중 지수가 활용되었다. 핫스팟 분석은 고가의 주거지와 저가의 주거지, 소득 상위 5%와 소득 하위 5% 주거지를 도출하는 데 활용되었다. 핫스팟의 공간 단위는 20m20m 격자였으며, 커넬 함수는 쿼틱(Quartic)을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를 종합하였을 때, 고소득층 주거지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11개 주거지, 저소득층 주거지는 도봉구·강북구·노원구·은평구·강서구 등에 위치한 10개 주거지가 도출되었다. 핫스팟 분석을 통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주거지를 도출한 이후 각 주거지에 2km 반경의 아이소 에어리어를 구축하였다. 아이소 에어리어는 지정된 포인트에서 네트워크 레이어를 따라 범위 폴리곤을 만들어준다. 이 연구에서는 주거지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아이소 에어리어를 구축하였으며, 구축된 아이소 에어리어에 공간 불평등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를 중첩하였다. 지표를 중첩한 결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주거지 간 의료/보건·교육·문화/여가·교통 분야에서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소 에어리어를 통해 정량적 측면의 불평등을 규명한 이후, 불평등이 주거지에 얼마나 고착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였다. 이를 위해 주거지 분화 지수를 적용하고자 하였다. 주거지 분화 지수는 일반적으로 상이지수나 격리지수가 주로 활용된다. 두 지수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모두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이라는 비교 집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규명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주거지는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의 구분이 모호하여 기존 지수의 적용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입지 계수를 응용한 인구 측면의 주거지 분화와 최근린 거리 분석을 활용한 주거지 측면의 분화를 각각 규명하였다.인구 측면의 분화는 서울시 대비 인구 집중 지수와 전국 대비 인구 집중 지수로 구분하였다. 두 방법 모두 동일한 분자(소속 구의 특정 주거지 인구 비율)를 사용하지만, 분모를 다르게 설정하였다. 전자는 서울시 인구 대비 소속 구 인구 비율을, 후자는 전국 인구 대비 소속 구 인구 비율을 분모로 활용하였다. 각 지수를 산출한 결과 저소득층 주거지의 지수가 각각 10.2와 2.0으로 고소득층보다 높았다. 따라서 저소득층 주거지의 인구가 더욱 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주거지 측면의 분화는 인구 측면의 분화와 다르게 나타났다. 주거지 측면의 분화를 규명하기 위해 최근린 거리 분석을 활용하였다. 최근린 거리 분석은 포인트 간 거리에 기반하여 분석이 수행된다. 이는 각 계층의 주거지가 계층 내에서 얼마만큼 군집 또는 분산하는지 정량적으로 보여주었다. 분석 결과 고소득층 주거지의 R값은 0.3800, 저소득층 주거지의 R값은 0.6406으로 나타났다. R값이 0에 가까울수록 군집을 이루며, 1보다 커질수록 규칙적으로 분산한다. 따라서 고소득층 주거지가 저소득층 주거지에 비해 군집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측면의 분화와 주거지 측면의 분화를 종합하면, 고소득층 주거지는 군집을 이루며 인구는 분산하는 패턴을 보였다. 반면, 저소득층 주거지는 분산되어 있으며, 주거지 내 인구는 밀집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는 저렴한 저소득층 주거지의 입지 자유도가 높음을 비롯하여, 인구의 군집을 통해 공간 불평등이 저소득층에서 더욱 고착화되어 있음을 시사하였다.정량적 방법을 통해 공간 불평등을 규명한 이후, 경관 분석과 인터뷰를 통해 공간 불평등의 정성적인 측면까지 규명하였다. 주거지별 경관 확인을 위한 답사는 7월 22일, 8월 5일, 8월 14일 총 3회에 걸쳐 수행하였으며, 기반시설·안전·서비스·청결·미관으로 경관의 부문을 나누어 확인하였다. 경관 분석을 통해 고소득층 주거지는 게이티드 커뮤니티형 주거지·조경과 심미적 요소에 집중한 주거지·재개발 기대 주거지로, 저소득층 주거지는 노후 건물 밀집형 주거지와 이중경관형 주거지로 유형을 구분하였다. 나아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주거지의 경관을 비교하였을 때, 단순히 시설의 많고 적음부터 관리 여부, 그리고 아비투스의 지역적 차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고소득층 주거지 주민의 문화·사회·신체 자본 형성이 더욱 용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는 고소득층 주거지 중 게이티드 커뮤니티형 주거지 및 조경과 심미적 요소에 집중한 주거지, 저소득층 주거지 중 노후건물 밀집형 주거지의 주민을 대상으로 하였다. 인터뷰 대상 선정에는 무작위 표본 선정과 누증표집 방법이 활용되었으며, 총 13명의 인터뷰 대상을 모집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주거지별 주민의 아비투스 차이를 규명하였다. 질문지는 반구조화된 형태로, 경제·문화·사회·신체·언어·지식·심리 자본으로 분야를 나누어 구성하였다.인터뷰 결과 저소득층 주거지 주민의 문화·사회·신체·언어·심리 자본이 고소득층 주거지의 주민들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주거지 주민들이 누리고 있는 문화생활의 종류가 적었으며, 고소득층 주민과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저소득층 주거지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건강을 위한 노력을 덜 하였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적절하지 않았다.이상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공간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개선책을 도출하였다. 개선책은 5가지로, 기반시설의 정비와 공급·사회적 혼합 증대를 위한 담론 형성·다양한 자본과 관련된 교육 및 서비스 마련·상향식 지역 개발의 정책적 기반 마련·지역 정체성의 보전 또는 특화로 요약된다.기반시설의 정비와 공급은 무조건적인 공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경관 답사와 인터뷰 결과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조성된 시설의 정비와 더불어 버스정보시스템과 같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기본적인 편의를 보장하는 기반시설이었다. 사회적 혼합 증대를 위한 담론 형성은 저소득층의 밀집을 해소하고, 공공임대주택 내 존재하는 주민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하였다. 이는 저소득층의 밀집이 부정적 근린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담론 형성을 위해 학계와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었다.다양한 자본과 관련된 교육 및 서비스 마련은 주민의 자본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각 주거지별 특성에 맞는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각 주거지의 주민들이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 등의 서비스가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었다.상향식 지역 개발의 정책적 기반 마련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주거지에 모두에 적용되어야 하는 개선책이었다. 두 주거지 모두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이 공존하였기 때문이다. 상향식 지역 개발 방식의 중요성은 최근 더욱 커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주민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상향식 지역 개발을 위한 정책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였다. 마지막으로, 지역 정체성의 보전 또는 특화는 저소득층 주거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도출되었다. 인터뷰 결과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개발을 원하지 않았으며, 정체성이 유지되길 바라고 있었다. 또한 모든 지역을 획일화하는 것보다 주거지 자체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공간 불평등 완화에 더욱 적합하였다.이 연구에서 규명한 것처럼 서울시 내에는 주거지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공간 불평등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불평등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빈과 부를 모두 포용하는 도시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향후 공간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성화되고, 부자와 빈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도시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