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경험한 현상을 주체가 겪은 그대로 이해함으로써 만들기 활동 경험이 지닌 본질적 의미를 드러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개인의 경험을 보편적 본질에 대한 기술로 환원하는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활용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첫째, 만들기 활동 참여자는 만들기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둘째, 만들기 경험은 참여자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셋째, 만들기 경험의 보편적 본질은 무엇인가?연구 참여자는 만드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만들기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의 경험을 풍부하게 진술할 수 있는 성인 희망자 7명을 눈덩이 표집 전략을 통해 선정하였으며, 이들을 심층 면담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면담 내용은 현장에서 녹음한 뒤 전사하여 반복하여 고찰함으로써 현상학적 의미를 도출하였다.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첫째, 만들기 경험의 현상은 만남과 반복의 과정으로 나타났다. 만남은 물리적 조건, 사회적 맥락, 심리적 상태가 결합하여 구성된 개인적 환경 속에서 만들기와 연구 참여자들은 필연적으로 만났으며, 개인적 환경 속에서 만들기와 만난 참여자는 각자의 만들기에 몰입하였고, 이러한 몰입은 그들을 개인적 환경으로부터 해방시켜 시간의 흐름이나 육체의 고통도 잊은 채 자신만의 만들기 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참여자들은 만들기 수행 과정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한계에 직면하였는데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찾거나 외부 요인을 조성하기도 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고행의 과정으로 생각하여 참아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적 환경은 변화하며, 개인적 환경 속에 존재하는 ‘나’ 또한 새로운 나로 변화한다. 새로운 나는 또 다시 몰입, 한계, 극복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해가고 있었다. 둘째, 만들기 경험의 본질은 개인적 존재로서 ‘나’의 의미와 사회적 존재로서 ‘나’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참여자들은 만들기를 하면서 지복(至福)을 경험하고, 수고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있었으며, 만들기를 통해 작품을 만들면서 결국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사물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비추어 성찰하고 있었고, 자신 뿐 아니라 타인과 사회까지 관심을 확장하여 공동의 삶을 만들어가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에서 도출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첫째, 만들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만들기와 필연적 만남을 경험하고 성숙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개인적 환경의 조성을 도울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까운 공간에 적절한 시설과 설비, 도구, 소재, 작품 등을 갖춘다면 물리적 조건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나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만들기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을 활성화한다면 학생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만들기에 적합한 사회적 맥락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학생들은 만들기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심리적 상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둘째, 만들기를 통한 반복의 교육적 의미와 가치가 교육 현장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만들기를 수행하면서 차이가 있는 반복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점차 성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복하는 과정은 몰입, 한계, 극복이었으며, 과정을 반복한 결과 참여자들은 훌륭한 작품을 완성하게 되고 큰 성취감과 만족감을 경험한다. 반복은 수양이나 수행과 같이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교육적 활동이다. 만들기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실과는 물론, 성숙한 인간을 길러내고자 하는 교육현장에서 이러한 반복의 의미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은 원하는 학교에 진학한 인간이기 전에 전인적으로 성숙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셋째, 교육 현장에서 통합된 인격을 형성하는 활동으로서 만들기의 가치를 지향하는 수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만들기는 경험의 주체가 의식을 가지고 생각하는 존재가 되도록 함으로써 결국 ‘나’ 자신을 만들어간다. 이때의 ‘나’는 명시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말이나 글로 전할 수 없는 묵시적인 지식을 자신의 내면에 통합한 새로운 ‘나’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과 수업에서 다루는 만들기의 방향과 방법, 평가의 관점에 변화가 요구된다. 실과 교육에서의 만들기는 일의 양상으로서 실용성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아울러 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의도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담아내는 자율성이 주어져야 하고, 만드는 사람의 지식, 기능, 가치관이 인격적으로 통합되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로써 작품에 자신을 표현하고, 작품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존재됨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작품은 만든 사람을 담아낸 것이므로 다른 학생과 교사에게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넷째, 실과교육의 목적으로서 praxis가 강조될 필요가 있다. praxis의 의미에서 볼 때 ‘일’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고 인격을 성장시킨다는 것과 자신의 활동이 다른 사람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인공세계, 나아가 인간사회를 형성해간다는 공동체적 의미가 강조되는데, 만들기는 주체가 공동의 삶을 만들어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내재적 목적은 자기실현의 경험을 통해 성숙하고 훌륭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며, 참된 지식이 인격으로 통합된 전인을 만드는 것이다. 만들기는 이러한 교육의 내재적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적 활동이며, 따라서 praxis로서의 실천이 실과교육에서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다섯째, 교육에서 schole의 의미가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은 만들기를 통해 판단에 가까운 지식을 인격적으로 체화하고 있었다. 판단은 전달되거나 유통될 수 없으므로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 도야함으로써만 체득할 수 있다. 따라서 만들기는 수고를 감내하는 가운데 주어질 지복과 직관을 기다리는 도야와 수양의 과정이며, 이런 점에서 schole의 성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활동에는 schole가 들어있고 shcole는 인간을 성숙하게 하므로, 교육 활동에서 schole의 의미가 재고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