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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 :그는 사실 민중친화적인 선구자였다.
도서명
저자/역자
니콜로 마키아벨리
출판사명
현대지성
출판년도
2021-07-26
독서시작일
2023년 12월 24일
독서종료일
2023년 12월 30일

서평내용

\"\" <피렌체 공화국 출신 마키아벨리>

흔히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에 대하여 우리들은 부정적인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반영하듯, 우리들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냉혹한 사상을 ‘마키아벨리즘’이라 부른다. 실제로 군주론이 막 출간 됐던 당시 사람들 조차, 마키아벨리를 도덕적으로 잘못된 방법을 정당화 하는 악마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피상적으로만 파악함으로써 오는 오해이다. 마키아벨리가 단순히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비도덕적인 수단을 정당화 하는 사람에 불과했다면, 그가 세기의 사상가로 뽑힐 리가 없으며, 그의 저작인 ‘군주론’이 현대 까지 남아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책을 술수와 처세를 알려주는 비법으로만 생각했었다. 이제 그가 진짜 하고 싶어하는 말을 알아보자.

그는 먼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냉정하게 설명한다.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갚거나 감사를 표하는 것은 필요가 있어서이지 과거 실적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내가 잘해줬으니까 당연히 상대도 고마워 하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인간 보편의 심리상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미래에도 필요하다면 감사를 표하겠지만 필요가 없다면 대부분 고마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를 역으로도 설명한다. 내가 약하고 곤경할 때 상대방에게 아무리 은혜를 베풀어 봤자 상대방은 내가 필요 없기 때문에 오히려 고마워 하기는커녕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한 최대 영토, 하지만 이내 여러 개의 나라로 분열되고 만다>

그리고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바치는 책 답게 통치에 관한 통찰도 보여준다. 사람이 운이 너무 좋아도 안된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 전쟁에서 크게 이겨 정복을 해낼 수는 있다. 하지만 뭐든지 결과 그 자체 보다, 이후 좋은 결과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횡재수로 정복에 성공해 봤자 정복 이후 치세를 할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그 행운이 파멸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례로 알렉산더 대왕 사후, 헬레니즘 제국은 얼마 안 가 분열되었고 로마를 멸망 직전까지 몰았던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끝내 로마 전역을 통치하는데 실패했으며 결국 로마에 밀려 패배하게 되었다.

그는 군주의 개혁과 혁신이 왜 어려운지도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 것에 관해선 의구심을 가지고 소극적으로 대하지만, 옛 것에 대해선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일단 순응을 하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는 옛 질서를 통해 혜택을 보던 기존 기득권은 군주의 개혁이 강하게 저항하게 만든다. 하지만 개혁을 지지하는 계층은 새 질서에 소극적으로 지지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개혁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을 통해 진행해서는 안되고 자력(군사력,힘)이 받쳐줘야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힘이 없어 외세의 도움으로 개혁을 추진했던 갑오개혁은 어찌하여 실패했고 자력으로 나라의 기틀을 정비했던 이성계와 정도전의 개혁은 어찌하여 성공했는 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민중과 귀족 중 어는 쪽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지 책 전체에서 여러 번 강조한다. 이 부분이 사람들이 그를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다. 그는 먼저 귀족의 지지를 통해 옹립된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한다. 귀족들은 민중들과 달리 궁정에서 군주와 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군주를 본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민중을 희생하는 등 불공정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또한 군주에게는 다수의 민중을 적으로 돌리는 큰 부담이다. 반대로 민중에 의하여 옹립된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기 훨씬 쉽다고 한다. 귀족과 다르게 그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군주를 필요로 하는 한 군주를 경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중들은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그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필히 위태롭지만, 반대로 민중이 군주를 지지하는 한, 약삭빠르고 비겁한 귀족들은 승산이 있는 다수의 편을 들 수밖에 없어 설령 적이 된다 해도 위태롭지 않다고 한다. 즉, 군주는 반드시 기득권인 귀족이 아닌 민중의 지지를 위한 정치를 해야한다고 마키아벨리는 강조한다.

게다가 그는 군주는 백성의 재산을 빼앗는 일에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잊을지 언정 자기 재산의 손해는 절대 잊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는 항상 2가지 큰 두려움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반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를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은 민중의 미움을 사지 않는 것이라 한다. 내부 모반이란 반역자들이 반역을 했을 때 민중들이 좋아할 것 같을 때만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한다. 만약 민중들이 반역이 일어나도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 같다면 모반은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이를 종합해 보면 마키아벨리는 결코 인간은 악하기 때문에 너 또한 악하게 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러하니 이를 인지하고 어떻게 선하고 긍정적으로 우리가 행동해야 할 지 알려주는 책이다. 그가 인간의 악한 면을 서술하되, 그때마다 악의 한계점을 자주 강조하는 것에서 우리는 그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는 책 전체에서 군주에게 어째서 민중의 지지가 중요하고 귀족 같은 기득권 간신들을 어떻게 냉혹하게 다루어야 하는지 일관되게 서술하고 있다. 그는 책의 끝에 가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선을 행하는 건 그럴 필요가 있을 때나 행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라도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 말은 인간에 대한 염세주의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인간의 보편 심리를 말해주며 그렇기 때문에 선을 행할 필요를 만들어 주어야 선이 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군주론을 피상적으로만 보면 마키아벨리는 인간 본성을 혐오하고 군주에게 냉정한 처세술만 가르쳐 주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 본질을 바라보면, 그의 책 전체에서 흐르는 그가 진정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보편적 본능을 냉정히 인식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여 더 좋은 사람이 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선을 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자’. 다른 사람들도 그의 민중 친화적인 사상 그리고 현실에 발을 디딘 채, 이상을 추구하는 마키아벨리를 만나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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