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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살아낸 당신에게 바치는 제사
저자/역자
정세랑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20-06-05
독서시작일
2021년 08월 01일
독서종료일
2021년 08월 15일

서평내용

심시선은 내 주변에 있었음하고 생각하게 되는 어른이다. 그런 시선이 죽고, 고인의 말을 따라 제사를 지내지 않았던 가족들은 10년만에 시선의 제사를 지내보기 위해 시선이 살았었던 하와이로 떠난다. 시선에게 그가 살았던 하와이에서 그들이 인상깊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만의 제사다. 내가 그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라는 생각을 따라 시선의 과거를 되짚어 간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몸이 약한 우윤이 할머니에게 완벽하게 파도를 타서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간 것이다. 낭만적인 제사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띠지에는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언젠가 장례식에서 장례식은 살아 남아있는 자들을 위한 자리라는 걸 가슴으로 느낀 적이 있다. 그 슬픔을 다함께 느낀다는 것, 서로를 위로하고 고인을 떠올리는 것이 그 목적이었구나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알게 됐다. 책을 읽으며 제사도 그런 거구나, 남은 자들이 고인을 추억하기 위한 자리구나 되새겼다. 제사는 향냄새가 나고, 남자들만이 추모받고, 여자들이 노동하는 불합리한 것, 그리고 의미없이 형식만 남은 초라한 것이라는 생각에 먼 미래에라도 내 제사는 없었음했다. 그러나 시선의 제사는 그렇지 않다. 정말 온 가족이 마음을 다해 시선을 떠올려보고, 무얼보여주고 싶은가 찾아다니며 그 감정을 나눈다. 그리고 그로써 본인 삶의 응어리마저 풀어서 한국으로 돌아간다. 20세기를 살아낸 시선에게 자신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보며 이리도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에 부러웠고, 감동스러웠다.

+ 인상깊었던 구절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되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회복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 실행이었다.\’

시선이 평생에 엮인 한 남자를 떠올리며 나온 구절이다.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몇가지 가해들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해치고선 아무런 책임없이 떠나버리는 그들에겐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마치 자신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과 같다. 감히 자신을 용서하고 피해자의 현실에 불을 지르고 떠나는 일. 그 비겁함에도 죽었단 이유만으로 이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조차 얄궂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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