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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길 속 하나의 랜턴
도서명
저자/역자
지하 직재,
출판사명
岩波書店 2004
출판년도
2004
독서시작일
2021년 03월 04일
독서종료일
2021년 03월 04일

서평내용

이 책의 주인공인 켄사쿠는 <인간 실격>의 요조와 <금각사>의 미조구치와 같은 면도 있지만 정반대의 인물이다. 방황, 혼란함, 긴장감, 예민함, 불안 같은 감정으로 가득 찬 유년기는 앞에서 말한 인물들과 같지만 이러한 삶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모습 그리고 불행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는 태도야말로 켄사쿠만의 차별점이다.

이 책의 핵심은 사건도 아니고 스토리도 아니고 플롯도 아니다. 켄사쿠의 내면 변화가 이야기의 축을 이루고 인간, 심지어 자연에 대해서도 대립적인 태도를 보이던 켄사쿠가 화해의 세계로 나아가는 내면의 여정이 핵심이다.

말이야 이렇고 나에겐 사실 엄청나게 지루한 소설이었다. 이렇게 주인공 한 명의 내면을 그리는 소설은 그 인물에 얼마나 몰입을 하냐에 따라 그 집중도가 달라진다. 소설가이자 한량인 켄사쿠 같은 캐릭터를 아직 많은 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나 같은 대학생이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기에 나는 이 책에 온전히 집중하지를 못 했다. 그래서 마치 조울증마냥 너무 사소한 감정의 변화까지 세세하게 묘사되는 의문을 넘어서 분노까지 생길 뻔 했다. 하지만 이런 세세한 감정선의 변화야말로 현실적인 게 아닐까? 조금 지루하더라도 이런 섬세함으로부터 나오는 사실성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이런 섬세한 감정의 묘사 중 유난히 돋보이는 감정은 \”불쾌함\”이라는 감정이다. 그는 <인간 실격>의 요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 함께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나아가 자기 스스로에게도 불쾌함을 느낀다. 사실 그의 존재 자체가 어떤 불쾌한 과정이 원인이었기에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이런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많은 소설에선 자살, 복수, 망각 등의 장치를 이용한다. 하지만 켄사쿠는 그러지 않았다. 그가 택한 장치는 \”승화\”이다. 다이센 산의 풍광을 보며 감동을 받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그러나 지금 그는 완전히 변했다. 일에 대한 집착 때문에 초조한 마음이 들긴 해도, 마침내 인류가 지구와 함께 멸망해버린다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으리라는 기분이었다.” 라는 책의 문장처럼 말이다.

켄사쿠는 속세의 번뇌를 떨친 승려마냥 마음을 짓누르는 짐들을 떨쳐냈지만 소설이 끝나게 되면서 그가 소설을 완성했는지 그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또 감정선의 변화가 일어나 다시금 한량이 되어 방탕한 삶을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 전체에서 나온 방황 하나하나가 시간이 지나고 그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었듯이 이때의 새로운 게으름은 당시에는 또 실패한 생활이겠지만 그 자체로 다음번의 진지한 생활을 위한 거름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작가인 시가 나오야가 당대 소설가를 꿈꿨던 청년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고 그가 \”소설의 신\”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앞에서 계속 말한 섬세한 표현도 있지만 인간관계, 사랑, 일 등으로 방황하고 번민하지만 정신적 성장을 모색하는 그 시대의 일본 청년들의 자화상을 그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90년 가까이 흐른 미래, 현대 한국 사회 또한 별 다른 점이 없다. 켄사쿠는 우리 주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책의 제목인 <암야행로>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어두운 밤의 길을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길을 밝혀주고 안내해주는 랜턴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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