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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잠시' 왔을 때는
저자/역자
김정원,
출판사명
시공사 2019
출판년도
2019
독서시작일
2020년 12월 18일
독서종료일
2020년 12월 18일

서평내용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된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사실 처음 책 제목을 본 후 든 생각은 ‘조금 궁금하네’ 뿐이었다. 우울증은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먼 이야기라 여겼다. 죽음을 생각한 적도, 눈물 젖은 밤을 보낸 기억도 없기에 아마 우울증이 다가온다면 내가 아닌 주변 사람들을 주체로 오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먹기 전엔 그 맛을 모른다고. 내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렸다.

내 슬픔은 항상 작은 것이라 여겼다. 저자 김정원이 처음 했던 생각과 같이 누구든 겪는 일이고 누구든 지나는 과정이라고. 그래서 항상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가방 깊은 곳에 굴러다니는 영수증 마냥 구겨진 채로 방치했다. 그리곤 별거 아닌 거 잘 털어버렸다며 쿨한 나를 칭찬하곤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죽은 화분에 물을 주는 격이었다. 누구나 겪는 감정일지 몰라도 그저 지나쳐도 될 하찮은 슬픔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묻어버려 속에서 썩어갔다.

아마 내 썩은 이야기의 시작은 나의 ‘녹화방송’ 일 것이다. 저자는 걱정되는 미래에 대한 ‘리허설’을 수없이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는데, 그와 반대로 나는 녹화방송을 자주 틀어 과거의 크고 작은 일들을 머릿속에서 재생한다. 한 장면 한 장면을 뜯어보며 돌아갈 수 없는 나를 재판대에 세우고 바뀌지 않을 결과를 상상하며 후회한다. 그렇게 당시에 들여다보지 않고 방치했던 생생한 내 감정은 나중에서야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내 썩은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이제는 저자가 말해준 방법으로 그때그때 내 감정을 마주해 보려고 한다. 사건에 대한 감정을 발견하고, 사건에 대한 생각과 근거를 적어보고, 그에 대한 반박을 한 후 감정을 재평가 해보는 연습.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내 감정을 산 채로 묻어 버리진 말아야 하니까.

고등학교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근거 없는 희망보다는 생산적인 절망이 낫다고. 그렇다. 죽은 화분에 물을 주는 근거 없는 희망보다는 나의 우울함을 제대로 보는 생산적인 절망을 하는 편이 더 가치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어나는 절망은 어쩔 수 없으니 그것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하자는 것. 아마 허공을 헤매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자신의 감정으로 돌릴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내가 내 낯선 감정을 들여다보며 연습하기로 다짐한 것 처럼 말이다. 그러다 언젠가 우울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우울증이 잠시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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