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출판계의 흐름을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자기계발서의 침체기였다고 볼수 있다. 인문, 경제, 처세에 있어서 ‘~해라’, ‘~미쳐라’등 계면적
어조의 제목을 단 책들은 촛불집회와 전직 대통령 서거, 나르시시즘적인 사회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여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이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라는 책을 다산초당에서 출판했다. 이미 이런 뉘앙스의 서적을 왕왕
접했기에 ‘알맹이 없는 책이 미국식 신자유주의 이상을 품고 대중을 눈속임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용은 제목에 비해 알차다.
마케팅에 있어서 책의 디자인이나 제목은 책을 구입하는 주요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식의 제목을 붙였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것도
한기호님 같은 출판계의 거목께서 이런 제목을 흔쾌히 허락했던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저자는 광주민주화운동에 참가한 이력을 가지고 있고,
창비에 입사했다가 사퇴하여 1998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차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를 통해
한국출판의 이모저모를 소상히 저술하고 있다. 저자는 출판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한 나라가 바로 서려면 그 인재가 올바른 정신을 갖고
있어야 함을 알고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독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3월에 발간될 예정인
<학교도서관 저널>의 저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5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출판과 교육에 있어서 소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저자는 몇넌전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활용하여 참신한 서평과 주요활동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몇번씩 들러 출판계의 동향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자신의 지적 정보가 방대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번 책에서 두드러진 저자의 특징은 말로써 대중을 선도하기 보다 행동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보듬을 줄 아는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그의 글과
주장에는 거짓이 없으며, 다양한 정보와 다양한 주제의 책을 보고 있노라면 이 많은 책을 정말 읽었던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는 글의
소재나 정보력이 부족할 때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출판계의 흐름을 훑어보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그곳에서 만난 가쓰마 카즈요, 마쓰오카
세이고 등은 그의 관념 형성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었다. 특히 마쓰오카 세이고는 편집적 사고와 기법을 중시하였고, 이 책의 제목처럼
젊은이들이 가져야할 컨셉력이 바로 편집력임을 한기호 소장님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져야할 자세는
컨셉이라고… 컨셉이란? 편집을 잘하는 힘이며 야마나시 히로카즈는 편집이란 “일정한 방침하에서 정보와 다양한 소재를 모으고
정보와 정보, 물건과 물건의 관계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짜 맞춤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편집이 출판, 교육, 영화, 방송, 언론 등 모든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지식인이 될수는 있다. 검색만으로 법률적인 지식과
의료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에 미래에는 변호사, 판사, 의사 등의 직업은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중은 이미 거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지식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정보를 얼마나 잘 편집하여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EQ, IQ시대는 이미
옛말이다. 이제는 NQ(Network Quotient, 공존지수)시대다. 맞는 말이다. 1995년-2005년까지가 인테넷 시대였다면,
2006년부터 10년은 구글시대 즉 검색엔진시대라고 한다. 웹1.0시대에서 웹2.0시대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얽히고 설킨 정보의
바다에서 자신만의 컨셉을 창조하기 위해 NQ를 적극 활용하라고 에필로그 부분에서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