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파생상품에 의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나 몇몇 금융기관의 모랄해저드 사태 등으로 국제적인 경제위기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때
이후로 경제에 대해 공부해본적이 없는터라 요즘 신문의 경제란은 못 알아듣는게 태반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학관 슬기샘에 가서 경제관련
서적들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책이 바로 “괴짜경제학” 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 경제상식을 최신으로
업데이트해주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궁금해했던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얘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책의 부제목에도
나와있지만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읽기”, 즉 우리가 당연시했던 사회현상들을 재해석하여 숨겨진 이면의
사실을 파악하는 여러 예를 보여주고 있다. 표지 그림처럼 우리가 그동안 사과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알맹이는 오렌지였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야기가 “미국 사회의 범죄율 감소의 원인 분석” 이다. 범죄율 감소를 위해서 그동안 미국은 많은
노력을 해왔다. 경찰인력의 증가, 범죄와의 전쟁선포, 효율적인 치안을 위한 새로운 전략계획 등등.. 그런 결과로 미국의 범죄율은 1970년
대에 비해서 굉장히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물론 내가 보는 헐리웃 영화에서는 전혀 못느끼겠는데 말이다. ^^;)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런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선전을 하고 일반시민들은 그에 고마워한다. 하지만 저자는 범죄감소를 위한 노력들도 있었지만 사실은 다른 중요한 요인이
있다는 것을 밝혀 논문으로 발표했다. 바로 1973년 “Roe VS Wade” 라고 불리는 낙태의 합법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낙태가 허용됨으로 미혼모가 줄어들게 되고, 태어났으면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게
되면서 범죄의 감소가 이루어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런 비슷한 논조의 이야기들이 “괴짜경제학” 이란 책을 구성하고 있다.
“경제학” 을 위키백과에 나온데로 정의하면, “생산과 분배, 그리고 재화나 용역의 소비와 같은 경제 현상을
연구하는 사회 과학이다.” 라고 한다. 난 왜 굳이 이 책을 괴짜경제학이라고 이름지었는지 모르겠다. 책에 나와있는 여러 예들 중
대부분의 내용은 경제와는 무관하다. 물론 저자들은 이런 비판을 의식이라도 한듯 ‘사람은 항상 자신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내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경제학이다’ 라고 주장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경제학의 상위개념인
“사회과학” 을 제목에 넣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경제현상에 대한 재해석이 내용의 주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던
나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책이긴 하지만, 그동안 당연시 해왔던 현상들이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분석하면 정말 중요한 다른 요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기에 한번쯤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