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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놀이
도서명
저자/역자
조정래
출판사명
汎韓 1984
출판년도
1984
독서시작일
2011년 01월 16일
독서종료일
2011년 01월 16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불놀이를
읽고나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누구의 잘못일까”라는 것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가난 때문에 모든 잘못을 시대로 돌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전쟁으로 돌리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존재한다. 착한 배점수를 그렇게 살인에 이르게까지 한 분노의 원인을 제공했던 신
씨집안 사람들, 그리고 마치 때를 만난 물고기처럼 38명을 죽인 살인자 배점수를 보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다. 책
불놀이에 대한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전쟁이 끝나면 모든 것들이 순리대로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불놀이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전쟁 후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한 공간에서 어울려 살던 사람들이 가난과 핍박으로
인해 마치 원수처럼 싸우고 대를 이어 복수하는 장면은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불놀이는 한 기업의 사장으로서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는 60을 바라보는 황복만으로부터 시작되며 옳고 그름에 대해, 그리고 대를 어이진 복수로 인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백성들은 농토를
소유하지 못했기에 궁핍했고 지주들에 의해 천하게 대해졌으며 볼놀이는 핍박받던 사람들의 한(恨)이 서려있다. 신분제도가 사라진 후에도
신분제도나 토지소유, 그리고 생산에 따른 분배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보였다. 결국은 갈등으로 번졌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방 선생, 그리고 천 선생, 배점수 같은 많은 이들이 목숨걸고 싸워서 뺏어야 하는 가장 절실한 문제로 다가왔으며,
신 씨 집안은 지주로서의 권리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그들 역시도 반드시 지켜내야 했으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반드시 뺏어야 했고, 또
지켜내야만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30년이 흐른 후에야 어렴풋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 없었기에
후회만 남았던 배점수,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유언으로 인해 배점수를 10년이 넘도록 찾아다닌 신찬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던 배점수의 아들 황형민 등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을 다음 세대들까지도 겪어야 했음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비지의 묘를 부탁하고, 자신의 친 아들을 부탁하는 장면에서 30년이 넘도록 마음 졸이고 숨겨야 했던 진실을 죽음의
문턱에서 아들 황형민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았을까. 우리의 아픈 과거를 본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고 또 마음도 다쳤을 상황에서 다시 원수처럼 죽이고 죽이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결국은 세대를 건너서까지도
아픔으로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이념의 문제로 인해 생긴 것처럼 보였지만 내제되어 있던 가난과 평등문제가 결국은 세대를 넘나들면서 까지
겪어야 했던 아픔의 근본적인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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