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책에 관심을 가졌던 건 단순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책은 굉장히 신비로운 책이였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마치 현실에서 진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였다. 그런데 이러한 책에 무라카미는 근친상간을 담아냈고, 가족간의 폭력을 담아냈고, 종교에 대한 비판ㅡ솔직히 비판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딱히 뭐라고 해야될지 몰라서 비판이라고 했다.ㅡ을 담아냈다. 특히나 이 책은 어떤 종교에 의해서 얽히고 섥혀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 종교에서 살아가는 사람. 이 종교에 얽힌 사람들은 1984년이 아닌 1Q84년에 살아간다. 솔직히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냥 읽으면 술술 잘 읽히는 책이지만, 술술 잘 읽히는만큼 그 안에 박혀 있는 알을 꺼내기는 힘든 책이었다. 이것은 무라카미의 특징 중 하나인 것 같다. 독자가 그 내용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들지만, 읽고 난 뒤에 딱히 이렇다 저렇다 할 느낌이 오지 않는 것. 이 책도 다 읽었을때는 ‘아 뭐 이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말이 되어서였다. 그러나 무라카미는 이런 나를 고정관념에서 일깨워 준 것으로 보는게 나을 것 같다. 항상 소설의 그 뻔한 공식을 따르는 나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라카미는 역시나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나는 베스트셀러를 읽는 독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