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표지에, 게다가 내지까지 검은색 테두리 …추리소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키크고 날씬한 외모에 얼굴도 예쁜 그녀가 일도 잘한다. 남자도 옆에 원하는 만큼 있으며, 그들과 사랑에 빠지지도 않고 쿨하게 지내는 멋진 관계다. 가진 것이 많아서 더이상 가질 것이 없어보인다. 키작고 외모도 볼품없고 성격도 소심한데다가 어눌하며 답답한 그녀. 직장 내에서 사귀던 남자에게서도 버림받고, 주변 사람들의 이목에 힘겨워 회사를 뛰쳐나와 실업자 신세다. 왜 그러고 사니… 하는 탄식이 절로 나는 여자로 과거와 실패감에 얽매여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 아소 도코와 히사에는 그렇게 중반 이후까지 극명하게 비교되는 캐릭터이다. 단 한가지, 아소 도코의 사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헤드헌팅이지만 실제로는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직장내의 구조조정을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의 이직을 스카우트처럼 꾸며 대행해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종의 뒷거래이다.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인력을 대준다는 핑계로 그녀는 많은 사람의 가정과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며, 그 속에서 죄책감은 전혀 느끼지 못 하는 냉혈녀. 그런 그녀에게 결코 다시 찾아올지 몰랐던 ‘사랑’이 찾아오고, 그로 인해 아소 도코와 히사에의 관계가 어그러지고 그녀들의 비밀이 우리에게 비로소 까발려진다. 아케노 데루하의 스릴러답게 이야기는 ‘이름’에 따른 ‘인생’을 교묘히 그려냈다. 스토커같은 사랑 아니 집착과 좋은 것을 누리려는 과대된 욕심이 불러오는 ‘이름을 빌린 인생사’의 그 끝이 씁쓸하기만 하다. 아소 도코와 히사에의 관계의 결말만이 확실한 마무리에서 스릴러의 끝은 그렇게 내가 만족할 만한 권선징악은 아니지만 스릴러 장르에 알맞은 영화스러운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