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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붓을 들어 한의 세월을 적는다)한중록
저자/역자
혜경궁 홍씨
출판사명
서해문집 2006
출판년도
2006
독서시작일
2011년 01월 13일
독서종료일
2011년 01월 13일
서평작성자
**

서평내용

책을 드는 순간, 어두운 우리의 과거역사이기에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활자도 그렇고 내게는 부담으로 살짝 내리누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첫장을 펴서 읽으면서 그런 나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옛날 글을 어쩌면 이리도 우리가 잘 읽을 수 있도록 현대어로 매끈하게 풀어냈는가 다시 한 번 찬탄할 따름이다. 영조께서 자신의 유일한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게 했다는 것은 처음 중학교 역사시간에 배우면서 ‘아무리 조선의 르네상스시대를 열었던 왕이지만, 자신의 아들을 죽게 했다면 약간은 제정신이 아닌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어린 마음에 했던 기억이 난다. 왕위를 아들보다 손자를 이뻐해서 손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아들을 죽인 듯, 뭐 단순하게 그렇게만 생각했던 나의 어리석음이었을 것이다.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홍씨는 그 치열한 궁에서 80을 넘겨 오래 장수 하시면서, 세 분의 왕을 모신 분이다. 지아비인 사도세자에게선 사랑을 못 받았을지 몰라도 시아버지인 영조의 사랑을 받았고, 아들인 정조와 손자인 순조의 효를 받았으니, 스스로는 모진 목숨을 스스로 끊지 못 해 한이 맺혔을지 몰라도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가 어느 정도는 사실에 입각한 중요한 역사를 알게 된 것 아닌가 싶다. 처음 혜경궁홍씨는 친정 조카의 부탁으로 글을 쓰게 되면서 한중록을 남기게 된다. 그 어려운 시집살이인 궁에서의 생활을 위해 간택되던 어린시절부터 혼례를 올리고 그 험한 사도세자의 죽음을 겪어내고도 꿋꿋이 아들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살아낸 그녀를 보면 전형적인 이땅 조선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남편에 대한 이야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 친정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제일 관심이 가는 이야기가 물론 남편에 대한 이야기 이다. 왜 사도세자가 ‘의대증’이란 정신적인 병을 얻을 수 밖에 없었는지까지 혜경궁홍씨는 분석해놓고 있다. 자신의 판단으로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인 영조의 사랑을 듬뿍 받지 못 하고 어려워만 하던 중 그리 되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요즘 말하는 어린 시절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와도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 이다. 또한, 의대증으로 주변인물까지 살해하고 지팡이모양의 칼까지 만들어놓는 사도세자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놓아 사도세자의 예와 기가 높았음을 우리는 또한 알 수 있다. 혜경궁홍씨는 특히 친정에 대한 변명 편에서는 아군과 적군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그 당시 정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한중록 중 어느 편이 원본이고 필사본인지 확실치 않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 덕분으로 오늘날 나와같은 역사에 대한 무식쟁이가 조금 눈을 뜰 수 있어서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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