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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서평
저자/역자
한강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21-09-09
독서시작일
2026년 06월 01일
독서종료일
2026년 06월 03일
서평작성자
노*림

서평내용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을 다른 국가 폭력의 상처를 다룬 소설이다. 나는 이 책의 관점인 과거의 아픔을 우리가 계속해서 기억하고 책임져야 하는 시점에 동의하며 해당 관점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이 사건은 국가의 폭력이므로 단순히 개인적인 상처가 아닌 공적인 상처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이 작품이 왜 개인의 슬픔을 넘어 공적인 기억의 문제를 다루는지 더 분명해진다. 제주 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간 오랜 시간 동안 말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있다. 실제로 교과서에서 조차 정확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1979년에 해당 사건이 처음 책으로 써졌을 때 해당 책을 집필한 작가는 잡혀가 고문을 받았다. 많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었음에도 그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침묵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이런 관련 자료와 함께 보면, 이 소설의 핵심주제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기억의 책임이라는 점을 더 잘 알 수 있다.

소설에서 경하는 전기장비를 사용하다 손가락이 절단되어 신경이 다친 친구 인선이 자신의 새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부탁을 듣고 경하는 서울에서 폭설 속 제주에 내려가 새를 구하러 가며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이 시점부터 경계가 모호하다. 돌아간 인선의 어머니인 정심이 살아있는 것처럼 묘사되거나 서울에 있는 인선이 경하와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후로 인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간 제주에서 인선의 어머니인 정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때 당시 군경이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였는데 국민학교 졸업반이던 정심과 17살이었던 정심의 언니가 당숙 내 심부름으로 가 있어서 그 일을 피했다. 살아남은 두 사람이 눈 속에서 시체들을 확인하는 것, 오빠의 시체라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오빠의 흔적을 좇았던 정심의 삶을 보여준다. 작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경하가 아닌 정심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이 책에서 집중해서 봐야 할 점은 정심의 애도 방식이다. 정심은 그들을 잊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 기억하고, 마음속에 남겨둔다. 즉 정심의 애도 방식은 슬픔을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닌 잊지 않고 계속해서 애도하는 태도이다. 이것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작품의 중요 주제인 잊지 않는 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장면으로 역사적 비극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 소설은 역사적 폭력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의 참혹함을 감각적으로 서술한 것들이 중첩되면서 독자가 상상하며 생각하게 남긴다. 인선의 절단된 손가락의 신경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3분에 한 번씩 절단된 부위를 찌르는 장면은 학살당한 몸들을 상상하게 만들고, 눈이 내릴 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갈라진다는 장면은 내리는 눈이 모든 것을 덮는 것 같지만, 오히려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경하를 학살 당하는 이야기 속으로 이끌고 죽은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을 연결한 매개체이다. 책에서  ‘그들의 얼굴에 쌓였던 눈과 지금 내 손에 묻은 눈이 같은 것이 아니란 법이 없다.’라는 서술에서 더 잘 드러난다. 과거 희생자들에게 내렸던 눈과 경하의 손에 묻은 눈이 순환되며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의 전개방식은 독자에게 피로를 준다. 느린 전개와 난해하고 모호한 경계는 분명 읽기의 장애가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약점들을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왜냐하면, 학살의 기억들이 매끄럽고 소비하기 쉬운 서사로 바꾸지 않으려는 작가의 선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단지 과거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이 어떻게 세대를 거쳐서 기억되는지, 왜 우리가 계속해서 기억해야 하는지의 의문을 해결해주는 문학이다.

과거의 사람들이 잘못한 일을 왜 오늘날 우리가 애도하고 기억해야 하냐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경하는 자신이 사랑하지도 않은 인선의 새가 죽은 것을 보고 슬픔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경하가 느끼고 보여준 행동처럼 인간이라면 당연히 애도하고 슬퍼해야 하는 마땅한 도리이다. 또한, 내 삶의 이야기와 내 정체성의 기원인 공동체 이야기 속에 자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개인주의적 방식으로 현재와 과거를 분리하려는 시도는 현재의 관계를 변형하려는 시도에 불구 하다.

이 소설을 읽는 일 역시 공적 애도의 한 방식이 된다. 제주 4·3을 이름만 알고 자세히 몰랐던 독자라면 특히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무겁고 어려워 보인다고 피하기보다는 그것을 감당하고서라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죽음과 완전히 작별하지 않는 일이 왜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일인지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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