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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통한 삶의 가르침
저자/역자
이경혜
출판사명
바람의아이들
출판년도
2016-02-25
독서시작일
2025년 11월 01일
독서종료일
2025년 12월 03일
서평작성자
조*현

서평내용

읽을 책을 찾아보다 처음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나는 잠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게감이 담겨 있었다. 나는 평소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가능한 한 멀리 두려했다. 죽음은 내게 언제나 두렵고 어둡고, 끝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죽음에 대한 굉장히 허무하고 공포스런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된것같다.

이경혜 작가는 죽음을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삶을 더 깊이있게 바라보는 거울로 표현했다.주인공인 유미는 부모님의 이혼과 새가족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그녀는 늘 혼자였었고, 세상 어디에도 자신은 속할 자리가 없다고 느낀다. 그런 유미에게 다가온 사람은 재준이었다. 조용하고 배려심 깊은 성격의 재준 은 유미의 외로움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린다. 둘은 둘도없는 친구가 되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어느날 재준이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유미의 세계는 순식간에 무너져내린다. 며칠 뒤, 재준의 어머니로부터 한 권의 일기장이 유미에게 전해진다.

 

일기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유미는 혼란에 빠진다. 왜 이런 글을 썼을까? 혹시 스스로를 포기한 걸까?

그러나 일기가 끝을 향해갈수록, 재준이 죽음을 단순한 절망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는 죽음을 통해서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던 것이다.

“내가 사라진다면, 누가 나를 기억할까?”

이 짧은 문장은 유미의 마음을 흔들어 놨고, 나 역시 깊이 돌이켜보았다. 나는 그동안 죽음을 생각하는 것 자체를 피하며 살아왔다. 그건 무섭고 불행한것이니깐. 죽음을 상상하면 그저 앞이 깜깜하고 무자비한 암흑속에 두려움만 느껴졌다.

하지만 재준은 죽음을 무섭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삶의 또 다른 얼굴, 혹은 ‘마지막 질문’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시선이 참 이상하였다. 또한 동시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떻게 죽음을 또 다른 삶의 연속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거지? 나 또한 이 책 속의 ‘유미’ 가 된 기분이었다. 27년간 살아오며 내게 죽음은 언제나 공포와 끝의 상징이었다. 죽음에 대한 상상은 항상 모든 것이 두렵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재준은 오히려 ‘끝’을 통해서 자신과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하였다. 그는 죽음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세계가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일기를 읽어가면서 나는 조금씩 재준의 생각에 스며들게되었다.

그가 말하는 죽음은 육체의 소멸이 아니라, 마음의 깨달음이었다. 살아 있을 때 미처 보지 못한 것들 가족의 사랑, 친구와의 의리, 일상의 소중함을 죽음이라는 경계에 서서 바라본 것이다. 그때부터 나도 조금씩은 알것 같았다.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결국, 삶을 더욱 깊이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라… 나는 언젠가 한번본듯한 명언을 떠올렸다. “죽음이 없다면 인생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죽음을 의식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재준이 일기에서 던진 물음도 결국 이말과 같은 말이라 느꼈다.

 

그는 ‘죽음’을 이야기하며 사실상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미는 처음엔 재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죄책감과 분노 속에 빠져산다. 하지만 일기장을 읽으며 재준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점차 달라진다. 유미는 재준이 단순히 죽음을 두려워한 것이아닌 , 삶을 더 진심으로 바라봤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유미는 재준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왜 죽었는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시선이 옮겨간다. 그 변화의 과정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누군가를 잃는 일은 누구에게나 아주 크나큰 상처지만, 그 ‘잃음‘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다.

유미는 재준의 일기를 통해서 그 과제를 마주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이 책을 읽는 내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마사야 키타노 감독의 애니메이션 “컬러풀“ 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한 번 죽음을 맞이한 뒤, 다른 소년의 몸에 들어가 다시 삶을 살아보는 기회를 얻는다. 그는 새로 얻은 일상 속에서 인간관계의 복잡함, 가족의 갈등,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다시 배워간다. 처음엔 왜 다시 살아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그는, 결국 살아 있음 자체가 기적임을 깨닫게 된다. 나 역시 중학교 때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단순히 슬픈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죽음 이후에 다시 살아난다는 설정이 낯설고 왠지모를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를 읽으며 다시 떠올려 보니, 그때의 나 는 이해하지 못했던 메시지가 이제야 마음 깊이 다가왔다. 컬러풀 의 주인공이 두 번째 삶을 통해 스스로를 용서하고 세상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듯이, 이경혜의 작품 속 재준 또한 죽음을 통해 일상속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었다. 두 작품 모두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지지만, 결국엔 그 답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깨달음으로 귀결된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의 재준 역시 죽음을 끝으로 보지 않는다. 재준은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본질을 더 선명하고 명확하게 바라보려 했던 인물이다.

 

작가는 ’재준의 일기’를 통해 독자가 재준의 내면에 직접적으로 접근할수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유미의 시점과 일기 시점이 번갈아 가며 두 사람의 감정이 입체적으로 들어날수있었고, 특히나 문장을 읽을때는 난이도나 길이가 비교적 짧아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 청소년 도서에도 적합하다.

이 책은 장점과 단점이 굉장히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개인적 느낌을 다른사람들이 느낀 장점에 섞어 말해보자면 메시지가 굉장히 명확하고 책을 다읽은 후에 ‘죽음’ 이라는 막연하고 깜깜한 어둠과 같은 글자를 무겁지 않게 고민하고 생각 해볼수 있다는점이다. 또한 위의 설명과 같이 문장 자체가 길거나 어렵지않아서 청소년기에도 한번쯤 읽어볼만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감정이나 변화 과정 자체가 너무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죽음

이라는 것은 사람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고 누구도 경험 해보지 못한것이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것 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유미가 재준의 죽음을 받아 들이는데에 걸리는 감정의 변화가 이 책의 길이에는 맞지않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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