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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저자/역자
성해나
출판사명
창비
출판년도
2023-03-17
독서시작일
2025년 12월 03일
독서종료일
2025년 12월 04일
서평작성자
배*령

서평내용

 성해나의 ‘두고 온 여름’ 이라는 소설에 대해 서평을 적어보려한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양귀자의 ’모순’ 이라는 책을 다 읽고서 인스타그램에 접속하였을때였다. 우연하게 뜬 소설책모음 이라는 게시글에서 발견하였다. 그렇게 끌렸고 나는 곧장 다음날 서점에 가서 구매하였다. 책의 표지와 제목은 날 아련하게 만들었다. 묘하게 조용하고 슬픈 느낌이 들었다. ‘두고 온 여름’이라는 제목에서 이미 끝나버린 계절의 아쉬움이 느껴져서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게 됐다.

이 소설은, 부모의 재혼으로 억지로 맺어진 가족이지만 끝내 서로의 마음을 나누지 못한 두 인물 ‘기하와 재하’의 시선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기하에게 재혼가정은 낯설고 불편한 ‘객’ 같은 존재였고, 재하는 형과 아버지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애써 지키려 했지만, 결국 누구에게도 온전히 기댈 수 없던 외로운 아이였다.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삶 속으로 흩어진 후에도, 그들이 함께했던 여름날, 찍혔던 사진, 나누지 못했던 말들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소설은 ‘가족이지만 진정한 가족이 아니었던 시간’과 ‘남겨진 감정의 조각’을 섬세하게 그리며, 지나간 시간과 감정을 바라보는 잔잔한 시선을 통해 우리가 ‘가족’이라 부르는 이름이 언제나 따뜻하거나 온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에게 남아 있는 “두고 온 여름”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용기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두 사람이 서로를 가족으로 바라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사실이다. 기하와 재하는 같은 집에서 지냈지만, 말 한마디 마음 편히 건네지 못한 어색함 속에 각자의 외로움을 감추고 있었다. 특히 어른이 된 뒤에야 그 감정들을 다시 돌아보는 장면은, 나 역시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관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성해나 작가는 이 과정을 조용하고 담담한 문체로 그려내며, 독자의 마음을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떨어지는 돌멩이처럼 조용히 흔든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단순한 시간으로 그리지 않고, 인물들이 지나온 감정의 은유로 섬세하게 펼쳐냈다는 점이다. 그렇게 ‘두고 온 여름’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마음까지 포함하고 있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두고 온 여름’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늘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면서, 우리가 놓치고 지나간 시간과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읽으면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누구나 가장 귀하고 남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것을 눈에 띄는 곳에 두는 법이다.’였다. 이 문장을 보며, 나도 소중한 감정을 조심스레 숨기며 지낸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했다. 또한, ‘좋아하던 사람도 미워지니까 자꾸 움츠러들어요.‘라는 문장은, 가까운 사람에게도 마음을 다 보여주기 어려운 두 사람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이런 문장들을 떠올리며, 나 역시 관계 속에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지난 기억과 관계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읽고 나면, ‘두고 온 여름’이 단순한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의미 있는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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