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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도서명
저자/역자
정대건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22-12-22
독서시작일
2025년 07월 17일
독서종료일
2025년 07월 19일
서평작성자
신*연

서평내용

사랑이란 무엇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은 지구에 인류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들의 삶 속에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타인과 끊임없이 고뇌하고 고찰하며 언젠간 마주할 운명에 무모한 기대를 걸며 살아간다.

 

정대건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급류>는 이러한 철학적인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랑의 색깔과는 조금 다른.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정대건 작가에게 도대체 사랑은 뭐길래, 이렇게 아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끝끝내 놓지 못해 결국 낭떠러지 끝까지 자신을 몰아 가는 주인공들로 이야기를 써야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급류> 속 두 주인공 도담과 해솔은 저수지와 계곡으로 유명한 작은 마을 ‘진평’에서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17살 청춘들이었다. 도담이 물에 빠진 해솔을 구해 주며 시작된 이 운명은 행복할 것만 같던 두 사람에게 일어날 비극의 첫 단추가 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한 사건으로 인해 고요했던 삶에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소설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핵심 소재는 ‘불륜’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도덕적으로 용인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시작한 불행이 두 주인공의 삶을 어디까지 망가트리는지 지켜볼 수 있다. 이러한 서사 전개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의 외적 요소보다 이야기 자체를 하나씩 뜯어볼 필요가 있다.

 

내가 <급류>에서 주목해 볼 요소들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각자 어떻게 불행을 다루고 있는가?’이다. 이 대목을 중심에 두고 소설을 읽다 보면 도담과 해솔이 비극에 대처하는 각각의 특징들을 파악할 수 있다. 똑같은 사건을 겪고 괴로워하지만, 그들이 상처를 마주하는 방법은 매우 다르다. 도담은 진평에서의 사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릴 때마다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상처를 외면하기보다는 맞닥뜨린 절망과 괴로움에 정면으로 부딪쳐 자신의 삶을 의도적으로 무너트림으로써 자기혐오와 연민으로 인해 무기력에서 빠져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해솔은 도담과 다르게 태연함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진평에서 일에 심각하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딛고 일어나기보다는 끊임없이 도망 다니며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세뇌하며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비겁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러한 도담과 해솔의 모습은 불행을 극복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한순간에 증오와 좌절로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서로를 놓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이런 도담과 해솔의 고뇌를 통해 사랑이 진정한 자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둘은 서로에게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선명하게 상기되는 진평의 그날 때문에 괴로워하며 결국 헤어짐을 선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으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필요로 함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 후반부에서는 결국 둘은 함께 비극이 시작된 진평으로 돌아가 사건이 일어난 장소 앞에서 솔직한 대화를 통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후련함을 느끼고 성숙해진다. 나는 이러한 서사를 통해 도담과 해솔이 마침내 상처로부터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수년 동안 그들을 옥죄었던 죄책감이 둘의 사랑 앞에서 패배하는 순간이 오고야 만 것이다. 그 둘은 비로소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된 것이다. 어쩌면 둘은 이 순간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살았던 것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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