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평균이라는 기준에 의존해 사람을 평가해 왔는지 비판한다. 평균 학점, 평균 발달 속도, 평균 연봉 같은 잣대는 개개인의 특성과 잠재력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수치로 단순화하여 오류를 만든다. 만약에 시험 평균 점수가 반 평균보다 낮은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을 부족한 학생이라고 생각하면 오류가 생긴다. 그 학생은 국어는 부족해도 수학에 뛰어난 학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평균이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다고 느꼈다. 평균은 사회가 굴러가기 위한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핵심은 평균의 폐기가 아니라 평균을 판단의 절대 지표가 아닌 활용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 본론
1) 왜 평균은 대체될 수 없는가?
나는 평균은 없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평균이 사람을 평가하기 편한 도구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는 기준 없는 사회는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육은 평균을 전제로 운영된다. 학업 성취 기준, 학년별 발달 단계, 학습 속도는 모두 평균을 기준으로 설계된다. 교사는 평균 학업 수준을 파악해야 수업 속도를 맞출 수 있고, 시험도 평균이 있어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만약 평균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실력으로 풀 수 없는 너무 어려운 시험이 나오거나 반대로 터무니없이 쉬운 시험이 나와서 석차를 매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평균은 개개인의 발달 속도를 하나하나 고려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특성을 무시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집단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평균이 가진 이중성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떨 때는 평균이 억압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집단 운영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사실 교육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평균을 많이 사용한다. 기대수명·사망률 평균을 기반으로 요율을 산출하는 것과 평균 소득, 평균 교육 수준으로 복지 등급을 책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평균은 개개인을 세심하게 파악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균을 사회에서 없앨 수는 없다. 평균을 없애자! 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평균이 없는 사회는 기준이 없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2) 평균이 존재하는 이유
평균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평균을 원하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우리는 비교 속에서 안심한다. 내 시험 점수, 내 진급 속도, 내 연봉의 순위를 알기 위해 평균이라는 기준점이 필요하다. 평균을 알면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는데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면 안도감을 느끼고 나아가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평균 이하라고 한다면 불안감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때 생기는 불안함은 마냥 나쁜 감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불안감은 내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평균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는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시험에서 90점을 받아도 평균이 92점이면 불안했고 80점이어도 평균이 75점이면 안심이 됐다. 점수 그 자체가 아니라 평균 점수와의 차이가 나의 감정에 영향을 준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평균이 살아남은 이유는 평균이 나를 정확히 파악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평균은 정확하지 않고 나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평균은 그럼에도 주관적 개입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공평에 가장 가까운 도구라고 생각한다. 사실 숫자의 합으로 내 위치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 야박하고 짜증이 난다. 그래도 나는 평균이 우리가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 기준이자 차별과 혼란을 줄이는 다정한 개념이라고 느낀다.
3) 평균의 재해석
토드 로즈는 인간이 평균값에 수렴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고 했는데 나는 이 주장에 공감한다. 세상에 완벽한 평균의 인간이 있을까? 그건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간이다. 인간의 지능, 감성, 속도, 성향은 다층적이기 때문에 평균이라는 단순한 개념은 감히 복잡한 인간을 정의하지 못한다. 평균은 다양성과 잠재력을 무시하고 사람을 단순화하는 위험한 측정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평균이 사라져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평균은 우리의 위치를 알려주는 좌표라고 생각한다. 평균 이상이라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평균보다 못하다고 해서 모자란 사람이라는 것도 아니다. 평균은 그저 현재 위치를 가늠하게 해주는 좌표 표시에 가깝다. 우리가 등산할 때 정상만 본 채 걷는다면 내 위치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출발 지점과 현재 위치가 있을 때만 정상까지의 거리와 방향이 의미가 있다. 평균도 마찬가지다. 평균은 목적지가 아니라 내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알려주는 위치 정보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에게 배우면서도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
4) 평균의 두 얼굴
평균은 양날의 검이다. 한쪽 날은 공정과 편리함을 준다. 하지만 반대쪽 날은 개인의 다양성을 가린다. 양날의 검이라는 것은,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나까지 베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위험한 도구이기에 사라져야 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평균을 쓰지 않아야 한다면 세상에 쓰지 못할 도구가 너무 많다. 우리는 평균의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평균의 사용법이라는 말이 어딘가 생뚱맞을 수 있다. 우리는 여태껏 평균을 많이 활용해 왔는데 사용법을 익히라니 황당한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주장은 평균을 ‘잘’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그것이 판단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평균은 분명히 우리의 전반적인 위치를 알려준다. 하지만 개인의 특성을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지금처럼 평균 점수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내 생각은, 평균을 편리한 보조 도구로서 활용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최종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 평균의 역할은 낙인과 규정이 아닌 확인이 되어야 한다. 평균이라는 양날의 검을 무기가 아닌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 손에 달렸다.
3. 결론
『평균의 종말』은 평균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 책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다른 시각으로 평균을 바라봤다. 나는 평균을 사라지면 안 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평균이 사람을 규정하거나 줄 세우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래도 개념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는 평균을 방향을 정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여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평소 당연하게 여겨온 평균의 위험성을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평균에 너무 목매지 말고, 평균을 기준으로 삼아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로 평균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균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함으로써 평균의 오류를 줄여나간다면 우리는 안전하게 평균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21세기 사회에서 평균은 우리와 떨어질 수 없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어떤 나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평균이 우리에게서 멀어질 수없는 개념이라는 이유로 평균을 맹목적으로 따른다면 이 사회의 개별성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적절한 평균 활용으로 효율과 개인의 특성을 함께 고려하는 사회가 온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절한 평균 활용으로 개별성이 지워지지 않으면서 효율이 극대화 된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