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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사람
도서명
저자/역자
헤르만 헤세
출판사명
민음사
출판년도
2009-01-20
독서시작일
2025년 10월 01일
독서종료일
2025년 10월 22일
서평작성자
박*건

서평내용

제가 서평으로 쓸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입니다.
처음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자신의 유년기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상징하는 밝은 세계와 그 이면에 존재한다고 믿었던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싱클레어는 처음에는 악을 단순히 배척해야 할 나쁜 것으로 인식하지만, 데미안이라는 신비로운 소년을 만나며 자신이 믿어온 가치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데미안은 선과 악을 전통적 기준이 아닌 개인의 내면과 의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물로, 싱클레어는 그의 영향을 받으며 기존의 도덕 관념을 점차 의심하고 새롭게 정의하려 한다. 여러 사건과 사유를 거치며 싱클레어는 선과 악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협소한지 깨닫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은 옳고 그름의 구분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 자신을 향한 성장임을 이해하게 된다.
데미안을 읽으며 저는 초반부터 싱클레어의 방황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살아오면서 의도치 않게 어두운 길에 발을 들였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작은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부르고, 그 거짓말이 결국 터져버릴까 두려웠던 경험들은 싱클레어의 불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혼란 속에서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도움을 받듯, 저 역시 이 책 속의 데미안을 통해 한 사람으로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읽을수록 저는 제 자신이 생각보다 힘겹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마음을 완전히 뒤흔든 문장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라는 구절입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저는 싱클레어가 아직 성장의 껍데기를 온전히 깨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 자신 역시 비슷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싱클레어가 점점 더 강해지고, 혼란을 자신의 경험으로 삼아 성장을 이루는 모습을 보며 저는 나 역시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 때 저는 이미 조금이나마 성장해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정해 놓은 밝은 세계만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건네주었기 때문입니다.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선택해도 된다는 따뜻한 위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데미안의 여러 등장인물들 가운데, 제 마음에 가장 깊이 남았던 인물은 바로 크나우어였습니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신뢰하며 마음을 열었듯, 크나우어 역시 싱클레어에게 기대고 의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혼란과 고통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도움을 요청했고, 그런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내면의 약함을 보여주는 듯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크나우어는 싱클레어처럼 생각의 전환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둠의 세계를 이해하거나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고, 두려움에 자꾸만 움츠러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지켜보는 내내 저는 이 인물이 제가 선택한 방황이라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혼란 속에서 출발했지만, 어떤 사람은 어둠을 통해 스스로를 깨닫고 성장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그 어둠에 압도되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크나우어는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싱클레어와 크나우어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싱클레어의 독백 크나우어는 나의 길에서 멀어져갔다 를 읽는 순간, 저는 결국 각자의 길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크나우어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속도로, 자기 삶의 길을 걸어나갔을 것입니다. 비록 그 길이 싱클레어와는 달랐더라도,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보였더라도 말입니다.

이렇듯 크나우어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각자 다른 성장의 방향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인물로서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저는 과거의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싱클레어가 유년기를 회상하며 자기 자신을 마주했던 것처럼, 저 또한 내가 왜 그렇게 억누르며 살아왔는지, 왜 어두운 세계에 들어섰다가도 금방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쳤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그 세계가 두려워서,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밝은 세계든 어두운 세계든, 어느 쪽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데미안은 그렇게 제 안에 숨어 있던 두려움을 비추어 주고, 성장의 의지를 다시 일깨워 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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