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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저자/역자
닐 셔스터먼
출판사명
열린책들
출판년도
2025-07-01
독서시작일
2025년 06월 27일
독서종료일
2025년 06월 30일
서평작성자
윤*훈

서평내용

저는 닐 셔스터먼의 소설 『언와인드』를 읽기에 앞서, 유기견이나 유기묘에게 적용되는 안락사의 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어떠할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트랜드 전쟁’ 이후 미국 정부가 낙태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언와인드 법안’을 통과시키는 충격적인 설정에서 시작됩니다. 이 법안은 부모가 원할 경우, 아이가 18살이 되기 전까지 자녀를 ‘분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분해’된 신체 부위는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어 ‘죽는 것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정당화되는데, 저는 이러한 설정이 생명 존중과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언와인드’라는 극단적인 제도를 기반으로 매우 치밀한 미래 사회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단순히 아이들을 해체하는 것을 넘어서, 해체된 아이들의 신체 부위를 재활용하는 과정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직업군, 심지어 그 반대 개념인 ‘조립’까지 등장하며 세계관의 현실감을 높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느낀 것처럼, 언와인드 제도는 유기견 안락사 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한 것과 다름없으며, 결국 합법적인 인신매매가 가능한 사회를 상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사회적 타협과 윤리적 빈틈이 어떻게 이토록 잔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섬뜩하게 마주하게 합니다.

소설은 ‘언와인드’될 위기에 처한 세 명의 주인공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첫 번째 주인공 코너는 16살 문제아라는 이유로 부모님이 몰래 해체 신청을 하자, 이를 알고 그날 밤 가출하는 인물입니다. 두 번째 주인공 리사는 태어날 때부터 고아였으며, 고아원 예산 문제로 인해 언와인드 대상자로 결정됩니다. 버스를 타고 언와인드 시설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를 틈타 극적으로 탈출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레브는 13살에 종교적인 이유로 ‘십일조’로 바쳐진 아이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언와인드를 위해 길러졌고 심지어 본인 스스로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은, 제도가 개인의 가치관을 어떻게 유린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언와인드』는 ‘생명의 가치’, ‘자기 몸에 대한 권리’, ‘사회와 개인의 윤리’ 등 인류의 근원적인 질문들을 제기합니다. 특히 낙태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오히려 ‘인신매매’와 ‘장기 기증’과 같은 더욱 복잡하고 민감한 현대 사회의 윤리적 문제들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육체를 분리해도 영혼은 살아 있다는 모순적인 논리는 생명의 정의를 뒤흔들며, 과연 더 나은 해결책은 없었는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청소년 디스토피아 서사를 넘어선 강력한 사회 비판입니다. 생명의 존엄성, 부모의 권한, 아이들의 권리, 그리고 사회적 책임과 같은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불편하고 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질지라도,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중요한 화두임이 분명합니다. 작품 속 세계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정도로, 섬뜩하지만 동시에 매우 매력적인 독서 경험을 제공합니다.

결론적으로 『언와인드』는 충격적이고 불편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만약 ‘언와인드’와 같은 제도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생명을 결정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언와인드’는 오직 본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심리적, 윤리적, 적성 검사를 포함한 다각적이고 엄격한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이처럼 『언와인드』는 우리 사회에 잠재된 어두운 그림자를 직시하고,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재고하며 더 나은 윤리적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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