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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저자/역자
심윤경
출판사명
한겨레출판사
출판년도
2024-08-14
독서시작일
2025년 10월 04일
독서종료일
2025년 10월 05일
서평작성자
장*우

서평내용

1. { 왜 이 책을 선정했는가 } 서평을 적어오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책 선정 기준부터 정했다. 어떤 책을 써야 다른 사람들이 읽었을때 쉽고 빠르게 내가 소개하는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떤 책을 선정해야 내가 서평이란 걸 쉽게 적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무런 계획 없이 도서관을 찾아갔습니다. 도서관에 도착하자 마자 장편소설이 있는 코너로 갔습니다. 생각없이 장편소설 쪽을 걷다가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생겼고 그 자리에서 책 좀 읽어보다가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2. { 전반적 책 설명 } 심윤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1980년대라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아홉 살의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소년 ‘동구’의 순수하고 어눌한 시선을 통해 개인적인 비극과 사회적 아픔이 얽히고 설키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이 작품은 한 가족의 파괴적인 상실과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어린 영혼의 성장을 통해,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견뎌내게 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절절하게 탐색합니다. 독자들은 동구의 시선에서 기억의 정원을 보며, 트라우마 속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동구를 볼 수 있습니다.

3 { 내용 설명 } 소설의 주인공 동구는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난독증을 앓고 있습니다. 동구의 눈에 비치는 글들은 춤을 추눈 듯 어지러워, 학교생활은 물론, 세상과 소통하는 기본적인 방식조차 그에게는 버겁고 힘든 일입니다. 보수적인 아버지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라나는 동구의 삶은 이미 태생적으로 많은 난과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러한 동구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탈출구는 동네 삼층집의 화려한 정원입니다. 그는 가난한 자신의 집 대신, 그 정원을 마치 자신만의 소유인 양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라 부르며 상상력과 위안을 얻습니다. 정원의 풍성한 자연물들 – 특히 황금빛 곤줄박이와 능소화 – 은/는 동구의 순수하고 감성적인 내면을 투영하며, 그의 지친 영혼에 잠시나마 휴식을 제공합니다. 이 정원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동구가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껏 꿈꾸고 그리워할 수 있는 이상적인 내면의 피난처이자 희망의 상징이 됩니다. 그것은 동구의 닫힌 글자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게 펼쳐지는 ‘글’이 없는 이야기의 공간인 것입니다.

 동구의 유년 시절에 첫 균열을 내고 희망의 빛을 보여주는 존재는 바로 그의 담임 선생님, 박영은입니다. 박 선생님은 동구의 난독증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글을 가르치며, 그에게 세상과의 소통 통로이자 정신적인 지지대가 되어줍니다. 동구에게 그녀는 어머니와 같은 따스함과 지식을 동시에 부여하는 존재였으며, 그의 삶에 비추는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1980년 5월, 이른 봄방학이 끝나도록 박 선생님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동구는 어른들의 불분명한 대화 속에서 그녀가 ‘광주’에 갔다는 단편적인 정보만을 얻을 뿐, 그 이상의 명확한 이유나 설명은 듣지 못합니다. 이 불투명한 상황은 그해 봄에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박 선생님은 민주주의를 외치다 독재의 폭압에 희생된 수많은 지식인과 시민들의 표상으로서, 어린 동구에게 세상이 처음으로 드러내는 폭력적인 이면이자 거대한 상실감으로 각인됩니다. 이 사건은 동구의 개인적인 아픔을 시대의 아픔과 연결하며, 그의 순수한 세계에 첫 번째 암울한 그림자이자 어둠의 시작점이 됩니다.

 박 선생님의 부재 이후, 동구의 가족에게는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뜨리는 비극이 찾아옵니다. 동구에게는 세상의 모든 활력과 순수함을 담아낸 듯한 사랑스러운 여동생 영주가 있었습니다. 영주는 가족 내에서 긴장감을 완화하고 어머니에게 삶의 기쁨을 선사하는, 티 없이 맑은 존재였습니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존재는 동구의 삶에 따뜻한 활기를 불어넣었고, 그녀는 동구에게 유일하게 의지하고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영주가 감나무에 열린 감을 보고 싶어 하자, 오빠인 동구는 영주를 목마 태워주다가 그만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맙니다. 영주는 이 사고로 인해 계단에 후두부를 심하게 부딪혀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 예기치 않은 비극은 동구에게 평생을 짓누를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과 깊은 트라우마를 안겨주며, 그의 순수한 세계를 산산조각 냅니다. 그는 동생을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홀로 침잠하게 됩니다. 영주의 죽음으로 인해 어머니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채 광기를 보이기 시작하고, 무뚝뚝했지만 속정 깊던 아버지는 깊은 슬픔 속으로 침잠하며, 단란했던 가족은 해체의 위기에 직면합니다. 이로써 동구는 사랑하는 두 사람(박 선생님과 영주)을 연이어 잃는 아픔과, 가족의 붕괴를 어린 나이에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혹독한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4 {책이 전하는 메시지} [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은 이러한 일련의 비극들을 통해 동구가 난독증, 사회의 폭력성, 그리고 가족의 비극이라는 거대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작가는 무거운 주제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냄으로써 독자의 감정을 더욱 깊이 파고듭니다. 어린 동구의 눈에 비친 탱크와 군인들은 신기한 구경거리처럼 묘사되기도 하고, 어른들의 뒤숭숭한 대화는 명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배경 소음처럼 들립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시선은 시대적 비극의 잔혹성을 부각시키면서도, 동시에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견뎌내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동구는 동생을 잃은 죄책감과 어머니의 정신적인 고통을 지켜보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깊은 고독감에 빠집니다. 그는 고통 속에서 절망하고 때로는 세상을 등지려 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죽은 이들을 추억하며 내면적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이제 단순한 피난처를 넘어, 사라져 버린 과거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공간으로 진화합니다. 동구는 이 정원 안에서 박 선생님의 가르침과 영주와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며, 고통 속에서도 삶을 이어갈 힘과 희망의 단초를 찾아냅니다. 상실이 한 아이를 어떻게 단단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어떻게 희미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지를 이 소설은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심윤경 작가는 서정적인 분위기의 글을 사용하여 동구의 내면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합니다. 글자가 춤을 추는 동구의 시각적 혼란, 주변 자연물과의 교감, 상실감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미한 희망 등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소설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정원’, ‘곤줄박이’, ‘능소화’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동구의 순수한 감성과 내면의 변화, 그리고 희망과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작품의 깊이를 더합니다. 이처럼 문학적 상징들을 통해 작가는 무거운 주제를 직설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독자가 스스로 감정의 파고를 헤치며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동구의 아픔에 깊이 이입하고 그의 성장을 함께 응원하게 만듭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단순한 성장 소설을 넘어, 우리 각자의 삶에 존재했던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그 정원이 어떻게 상실되고 변화되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개인의 비극과 시대의 아픔이 한 아이의 삶에 미친 영향을 통해,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상실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결국 우리는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깊은 통찰을 제시합니다.

 이 소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희망을 찾고,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며 나아갈 수 있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동구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겪는 보편적인 상실과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조용한 찬가입니다. 독자들은 동구의 담담한 성장을 통해 자신 안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삶의 역경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순수함과 희망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1980년대 한국 사회의 아픔을 투영하는 동시에, 개인의 깊은 상실을 치유하는 이 소설은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강력한 위로와 용기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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