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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에 대하여
저자/역자
조예은
출판사명
문학동네
출판년도
2025-07-30
독서시작일
2025년 11월 01일
독서종료일
2025년 11월 21일
서평작성자
오*현

서평내용

 조예은 작가의 ‘치즈 이야기‘는 제목부터 묘하게 낯설다. 그러나 그 낯섦 속에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어둡고 복잡한 감정의 결이 숨어 있다. 표제작인 ’치즈 이야기‘를 비롯한 일곱 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인물과 배경을 지니면서도 ‘상처’, ‘기억’, ‘존재’, ‘관계’라는 공통된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탐색한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사 구조는 독자에게 묘한 불안을 남기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첫 작품 ‘치즈 이야기’는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가족이라는 관계의 본질을 파헤친다. 주인공이 치즈로 변해가는 어머니를 감금하며 바라보는 장면은 기괴하면서도, 버려짐과 복수가 뒤엉킨 슬픈 고백처럼 다가온다. 조예은의 감각적인 문체는 ‘치즈’의 냄새와 질감을 생생히 전하며, 그 불쾌함은 곧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폭력과 상처의 은유로 확장된다. 이 외에도 ‘보증금 돌려받기’와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 등의 작품에서는 가족과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착취, 희생, 죄책감이 섬세하게 그려지며, 현실적인 불안과 인간 관계의 복잡성이 함께 드러난다.

 또한 ‘반쪽 머리의 천사’, ‘소라는 영원히’에서는 신체와 정체성, 인간다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계 팔과 기억, 불완전한 외모 같은 소재를 통해 작가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외에도 ‘두 번째 해연’과 ‘안락의 섬’에서는 우주와 섬이라는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존재의 의미를 확장해 나가는 여정이 그려진다. 전체적으로 ‘치즈 이야기’는 존재의 불안에 대한 것을 중심으로 인간이 자신의 결핍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작품집이다.

 조예은의 가장 큰 강점은 기묘한 환상과 냉정한 현실을 능숙하게 엮어내는 문체에 있다. 환상은 현실에서 도망치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본질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작가는 일곱 개의 단편을 통해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낯설게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불편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치즈 이야기’는 괴이한 상상력 속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인간의 심리, 관계의 균열, 혹은 기억과 상처의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반면, 명확한 해답이나 단순한 위로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편안함보다는 낯섦과 불안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따라서, 인간의 내면 심리와 관계의 균열을 깊이 탐구하는 독자 혹은 기괴한 상상력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읽어내는 서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반면, 무거운 분위기와 초현실적인 설정에 거부감이 있는 독자, 또는 현실적인 서사만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 점을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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