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나는 나를 찾았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이 워낙 유명해서 그냥 들어보기만 했을때에는 주인공 이름이 데미안이고 그에 대한 이야기일 줄만 알았다. 또한 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책 표지를 넘기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
책은 주인공 싱클레어라는 한 소년이 어린 시절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는 가족과 학교라는 따뜻하고 정돈된 밝은 세계도 있지만, 그 바깥에는 거짓말, 절도 같은 어둡고 위험한 세계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이중적인 현실 속에서 싱클레어는 혼란스러워 하는데, 그때 데미안이 나타나 싱클레어 내면의 소리를 일깨워준다. 또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어두운 세계를 무작정 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도록 이끌어준다.
데미안은 “선과 악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두 얼굴”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조건적으로 ‘착함’만을 추구하거나 ‘나쁨’만을 배척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세상에는 무조건 ‘악’이 존재하며, 그것을 우리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것이 진리이다. 이는 내 안의 진실한 욕망과 생각을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작가 헤르만 헤세는 악을 숨기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진실까지 바라보는 것이 성숙한 인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다.
이 책에는 유명한 문장이 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p.122)
이는 주인공 싱클레어를 비롯한 인간의 정신적 성장과 자아 발견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싱클레어에게 ‘알’은 기존의 가치관과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을 의미하며, 그것을 깨뜨려야 비로소 새로운 자아로 탄생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결국 인간이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투쟁이 필요하고 기존의 것을 부수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되었다. 나는 지금 진정한 ‘나’를 찾았을까? 그리고 모든 나의 내면을 받아들였을까? 찾았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아직 내면의 나를 다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 내면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가며 여러 경험을 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싱클레어처럼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